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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구멍난 금융취약층 보호…흔들리는 ‘자기책임 원칙’

[취재후일담] 구멍난 금융취약층 보호…흔들리는 ‘자기책임 원칙’

기사승인 2022. 09. 1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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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금융부 기자
#1. 서울 광진구에 사는 윤슬기(32·가명)씨는 2년 전 아파트를 '갭'으로 구매했다. 자금 여력이 없어 우선 구매해 두고, 2년 뒤 입주할 예정이었다. 2년 전 당시 이자는 2.36%로 월 이자 비용은 59만원이었다. 그런데 현재 대출을 신규 신청하면 금리가 5%로 뛰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125만원까지 치솟아 2배 이상 불어났다. 이에 윤 씨는 월세살이를 택했다. 주택담보대출 이자보다 월세 가격이 더 저렴했기 때문이다.

#2. 파티룸을 운영하는 30대 자영업자 이지현(36)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집합금지와 영업제한 조치로 경영난이 지속되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 월세와 관리비 등 고정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 인터넷은행에서 생활비 대출을 받고도 모자라 카드론 등 제2금융권에까지 손을 댔다. 이 씨는 자영업자 대출 상환유예로 버티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대출금과 이자를 갚기에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영끌족이든, 자영업자든 금리 인상에 과도한 채무를 버티기 힘든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현재 가계대출은 1900조원에 육박했고, 자영업자 대출 금액도 10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출금리는 계속해서 '역대급'으로 높아져 채무자들의 상환 여력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12일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4.07%~6.334%, 주택담보대출 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45~6.415%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9월 평균 3% 초반대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비해 1년 만에 2%가량 상승한 셈입니다.

신용대출 금리도 매번 '역대급'을 갱신하는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최신 가계대출 금리 통계인 '2022년 7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7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전월 대비 0.29%포인트 오른 연 4.52%로 9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올라섰습니다.

특히 현재 자영업자들의 다중 채무 문제도 심각한 상황으로 불거지고 있는데요. 자영업자 대출 중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가 33만명으로 팬데믹 이전보다 4배 이상 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소상공인과 영끌족을 위해 '민생안정대책' 지원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들의 대출을 최대 90%까지 원금을 탕감해주는 '새출발기금'과 고금리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이 낮은 금리로 변경할 수 있는 대환 프로그램입니다.

급격한 금융환경의 변화로 부실화된 대출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차원에서 조치를 취한 것은 올바른 행동입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분별하게 빚 탕감해 주는 것은 성실하게 이자를 상환한 금융 소비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영끌족을 위한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 정책모기지로 전환해주는 정책으로, 저소득 청년층(만 39세 이하, 소득 6000만원 이하)에게는 연 3.7%(10년)~3.9%(30년)의 금리를 적용합니다. 신청 조건은 주택가격 4억원 이하, 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에 한정해 현실적인 수혜자는 극히 제한될 전망입니다.

안심전환대출의 경우 정책 형평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분위기입니다.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돼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또 인구의 절반이 사는 서울·수도권에는 4억원 이하의 부동산이 거의 없습니다. 서울 중위주택 가격이 10억원에 가깝고, 수도권은 6억5000만원가량입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주택담보대출자에겐 '그림의 떡'인 셈입니다.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다만 정부 개입으로 빚어지는 도덕적해이와 역차별 논란은 건전한 시민을 허탈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융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기 책임의 원칙'을 다할 수 있는 사회를 조성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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