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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달려간 한국 기업들, 美 연방정부 로비자금 껑충

워싱턴 달려간 한국 기업들, 美 연방정부 로비자금 껑충

기사승인 2022. 09. 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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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새 두배 가량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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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서초사옥, SK그룹 서린빌딩 본사, LG그룹 트윈타워,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본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제공=삼성, SK, 현대차, LG
삼성전자와 SK·현대차·LG 등 4대그룹의 대미(對美) 로비 자금 규모가 3년새 두 배 이상 커졌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정책을 앞세운 바이든 행정부의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현지 투자, 합작사 설립이 급증하면서다. 한미 양국의 경제안보동맹 기조에 맞춰 미국 연방정부와 워싱턴 정치권과 관계를 강화할 필요도 커졌다.

19일 미국 비영리 정치감시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지난해 4대그룹의 대미 로비 자금은 983만달러(약 130억7000만원)로 2020년(583만달러)보다 68% 급증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4대그룹이 쓴 로비 자금은 421만달러에 달한다. 특히 미국 중심 제조업 재편이 강화되는 가운데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연말까지 우리 기업들의 로비 자금은 전년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로비는 수정헌법 1조 '청원권'으로 보장된 합법적 권리다. 지난 연말 기준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로비스트는 1만2000명, 전 세계에서 몰려든 로비 자금만 4조원에 이른다. 유혜영 뉴욕대 정치학과 교수는 한 방송에서 "각국 정부와 기업, 미국 내 이익단체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법안에 포함시키기 위해 로비스트를 기용한다"며 "대미 사업 규모가 커질 수록 로비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4대그룹 모두 대미 사업이 중요해진 만큼 로비 액수도 커졌다. 삼성그룹의 로비 자금은 2020년 333만달러에서 지난해 372만달러로 11% 늘었고, 올해 상반기는 251만달러로 집계됐다. 연말까지 로비 자금은 400만달러를 훌쩍 넘길 전망이다. 삼성은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 관련 법안, 친환경 에너지 정책, 5G 장비 도입 관련 법안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SK그룹은 오는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SK의 밤' 행사를 개최한다. 올해로 3회째인 이번 행사에는 최태원 SK 회장을 포함한 최고위 경영진이 총출동한다. 최 회장은 2010년대 초반만해도 재계의 중국통(通)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2년새 대미 비즈니스에 힘을 싣고 있다. SK그룹의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사업이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공급망 정책의 중심에 있어서다. 다만 SK는 올해 로비스트를 고용한 정황은 아직 없다. 대신 SK그룹은 지난 3월 유정준 SK E&S 부회장에게 미주 대외협력 총괄을 맡겼다.

LG그룹은 2020년 53만달러가량을 로비에 썼지만, 지난해 이례적으로 172만3000달러를 지출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앞두고 1~2분기 로비를 집중한 결과다.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해 10월 SK 측 주장을 기각하면서 사실상 승리했다.

올해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장, LG화학의 양극재 공장 설립 등을 염두해 상반기에만 77만달러를 로비에 썼다. 올해 로비 규모는 지난해보다 다소 줄지만 2020년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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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제공=게티이미지뱅크
현대차그룹은 2020년 132만달러였던 로비 규모를 지난해 195만달러로 47%나 늘렸다. 올해 상반기에는 약 93만 달러를 로비에 썼다.

현대차그룹은 대미 로비 자금을 큰 폭으로 늘렸지만 우울한 상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으로 지난달 시행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자사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IRA 시행 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곧장 미국 출장을 떠났을 정도다. 현대차가 IRA 여파로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 목록에서 제외되자 정부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미국 자동차 기업들의 막대한 로비 규모를 고려하면 정부와 기업의 치밀한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너럴모터스(GM), 일본 도요타와 같은 경쟁사의 로비 규모는 현대차의 5배에 이른다.

GM은 2020년 851만달러, 지난해에는 1000만달러를 로비에 썼다. 올해 상반기에만 690만 달러를 워싱턴 정계에 쏟아부었다. 전기차 보조금, 충전 인프라 구축, 노동조합 정책 등에서 유리한 방향을 얻어내기 위해서다.

한편 대한항공은 워싱턴 로비시장에 다시 등장했다. 대한항공이 올해 상반기 미국 정계 로비에 쓴 자금은 28만달러(약 3억8900만원)다. 대한항공이 미국 법무부로부터 아시아나 합병 심사를 받고 있어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최근까지 미국에 머무르며 심사 상황을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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