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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올리긴 올려야겠는데… 전기료 인상 앞둔 정부와 기업의 셈법

[취재후일담] 올리긴 올려야겠는데… 전기료 인상 앞둔 정부와 기업의 셈법

기사승인 2022. 09. 2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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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인상을 앞두고 정부가 기업들과 만나고 또 만나고 있습니다. 전기료를 올리긴 해야 겠는데 경제와 산업 육성을 최우선으로 삼는 이번 정부가 업계의 타격을 최소화하고 반발까지 사전에 조율하려는 겁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6일 10대그룹 사장단과 회동 했고 오전엔 에너지정책을 담당하는 산업2차관이 경제6단체장과 소통했습니다. 지난 주엔 각 업종별 협단체장과도 긴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정부의 전기료 인상은 상반기에만 14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의 천문학적 적자를 줄이겠다는 게 핵심이지만 사실 그 이면엔 사상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는 무역적자 타개가 있습니다. '경제 안보시대'를 연 윤 정부로선 무역 적자는 체면치레 하기 힘든 일입니다.

정부의 수출입정책은 수출 비중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의 부진을 최대한 막아내고, 한편으론 값비싼 에너지 수입을 줄인다는 게 핵심입니다. 전기를 기본적으로 아껴쓰게 만들고 또 효율도 좋게 만드는 방법으로 선택된 게 바로 전기료 인상 카드인 셈입니다.

모두가 윈윈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이날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10대그룹 사장들을 불러놓은 자리에서 "이제는 에너지 가격기능 회복과 함께 고효율 구조로의 변화가 필요한 때"라며 "에너지 절감효과가 큰 대용량 사용자 중심으로 우선적인 요금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이 멘트안에 앞으로의 방향성이 담겨 보입니다. 첫째는 이제 전기료가 지속적으로, 그리고 대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비싸질 거란 시그널입니다. 그간 워낙 전기료가 저렴하니 재생에너지 시장이 커나가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이제 삼성은 더 적극적으로 직접 전기 생산을 고민할 것이고, 기존 민간 발전사업자인 GS나 한화, 포스코, SK, 두산 등의 재생에너지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RE100을 선언한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장을 재생에너지로 채우는 방안에 대해선 구체화 하지 못했는데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큰 그림이 천천히 그려지는 셈입니다. 적자 투성이 한전과 발전공기업이 나서기 힘든 대규모 재생에너지 투자와 소비는 이제 민간에서 진행하고, 한전은 전력망을 관리하거나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기저 발전을 탄탄히 하는 쪽으로 각각의 방향성을 정할 수도 있습니다.

고효율 구조로의 변화는 기업들 입장에서도 반길 요소가 있습니다. 글로벌 추세에 맞춰 전자 및 반도체 기업들이 에너지 효율 위주 제품을 쏟아내는 중이라서 입니다. 삼성은 전력소모를 45% 줄여주는 3나노 공법의 초저전력 반도체를 비롯해 스마트폰·냉장고·TV·에어컨 등 7대 가전제품 효율을 30% 더 개선키로 했습니다. LG 역시 AI 기반 LG 싱큐 앱으로 초절전 가전에 비즈니스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정부는 1등급 효율제품을 사면 제품값이 10%를 환급해주는 서비스를 비롯해 각종 인센티브안으로 보조 중입니다.

비싸지는 전기료에 소비자들은 초절전 가전을 찾게 되고, 여기에 정부 보조금까지 받을 수 있게 되니 꽁꽁 닫혀 있던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게 할 유인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위기는 언제나 뼈를 깎는 변화의 바탕이 됩니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는 주주들을 설득할 충분한 명분이 됩니다. 멈췄던 국내 전력시장의 혁신을 불러오고, 또 민간기업에 재생에너지 판을 깔아주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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