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시권'은 과거시험 과정에서 구술로 치른 시험 문제와 결과를 표기한 시험지다. 과거시험에서 구술시험을 봤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문과는 물론 무예를 시험하는 무과, 의학·천문학·법학 등을 시험하는 잡과에서도 꼭 거쳐야 하는 중요한 관문이었다.
이 시험지는 구술시험 중에서도 삼경(주역, 서전, 시전)과 사서(논어, 맹자, 중용, 대학) 등 주요 유교 경전 7개에서 구절을 뽑아 외우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칠서강을 담고 있다. 시험지에는 각 경전의 제목이 도장으로 찍혀 있고 그 아래에 문제와 시험 성적, 시험관의 서명이 차례로 나와 있다. 이 시험지의 응시자는 평가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인 '통'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오른쪽에는 접힌 자국과 봉투를 봉한다는 뜻의 도장이 찍혀 있다. 접힌 공간에는 응시자의 이름, 나이, 본관 등 신상 정보를 적은 뒤 끈으로 묶어 봉하고, 시험을 볼 때는 이름 대신 천자문 차례에 따라 매긴 번호인 '자호'를 불렀다.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는 "부정행위를 방지하려 한 흔적"이라며 "신상정보가 적힌 부분이 손상돼 정확한 응시자는 알 수 없지만 공평하게 인재를 등용하고자 했던 조선 왕실의 노력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