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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절대지식 치매백과사전’ 홍경환 “치매환자와 그 보호자에 공감하려 노력해”

[인터뷰] ‘절대지식 치매백과사전’ 홍경환 “치매환자와 그 보호자에 공감하려 노력해”

기사승인 2022. 10. 0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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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도 아닌 평범한 일반인이 몸소 체득한 치매 지식 소개
뇌 작동원리 이해해야 치매 이해할 수 있어.
치매환자 가족 고통 줄여줄 다양한 방법 논의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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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지식 치매백과사전'의 저자 홍경환씨가 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자신의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의사가 아닌데 의학서적을 저술했다? 평범한 일반인이 치매 아버지를 10년 간 간병하면서 터득한 의학 지식과 간병 노하우를 '절대지식 치매백과사전'이라는 책으로 저술했다.

저자를 보면 영화 '로렌조 오일'이 생각난다. 로렌조 오일은 부신백질이영양증이라는 이름도 낯선 희귀질환을 앓는 아들을 위해 직접 약을 개발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치매 증상을 겪는 아버지를 위해 의사가 아닌 평범한 일반인이 책을 읽고 공부한 내용들을 책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저자는 영화 로렌조 오일과 비슷한 인생을 살고 있다.

영화 같은 인생과 몸소 체득한 지식을 함께 담은 책 '절대지식 치매백과사전'은 일반 독자들과 치매 보호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초 뇌 과학에 대한 설명과 함께 치매 간병 생활에서 자신 겪은 사례들을 자세하게 풀었다. 이미 책을 읽은 독자가 '수필 같다'는 느낌을 받은 이유도 아마 실제 저자가 겪은 사례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쓴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절대지식 치매백과사전'의 저자 홍경환씨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책이 두꺼워 전공서적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보면 치매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 소설책 읽듯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저도 치매 관련 서적을 수십 권 읽었는데, 치매 관련 서적은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치매 환자를 치료하는 신경과 주치의가 쓴 책, 다른 하나는 치매 환자를 둔 가족들이 쓴 수필류다.

수필류 서적은 읽으면서 '동병상련'의 느낌이 들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게 어려웠다. 예를 들면 치매를 앓는 아버지가 실종되어서 찾아 나설 때 막막한 심정에 대해서는 매우 공감됐다. 하지만 아버지의 실종을 막기 위해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이냐'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치매 환자가 실종되는 것은 지남력이라 해서 시간과 장소를 파악하는 기능이 저하됐기 때문인데, 이런 기능 저하 또는 기능 상실의 이유는 뇌 기능의 저하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은 의사 선생님들이 쓴 책에 자세히 설명돼 있다. 문제는 뇌 과학 상식이 부족한 일반 독자들이 이런 내용을 읽어도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 노력했다.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게 하려면 실제 사례를 드는 것이 가장 좋기에, 내가 겪은 일들을 예로 많이 들었다. 내가 쓴 책을 읽은 분들이 수필 같다는 느낌을 받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 뇌의 작동원리를 강조하셨다. 이 부분이 치매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치매 환자 보호자들이 굉장히 힘든 이유 중 하나가 우리 아버지가 또는 어머니가 왜 저런 행동을 할까? 이런 물음에 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뇌 과학이다. 예를 들어 치매 환자들이 흔히 보이는 증상 중 하나가 당신의 자녀들을 도둑으로 의심하는 것이다. 부모님이 이런 증상을 보이면 환자를 돌보는 자녀들은 굉장히 격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 어떻게 나를 도둑으로 의심할 수 있느냐며 분노하기도 한다.

그러나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면 분노할 이유가 사라진다.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면 부모님의 의심증은 치매 환자들이 겪는 당연한 증상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내가 쓴 책이 치매 환자들을 위한 가이드북 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치매 환자의 보호자들을 위한 치유의 서적이기도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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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가

"제가 의사는 아니지만 팔순이 넘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오랫동안 모시다 보니, 병은 발병한 이후 관리하는 것 보다 병이 생기기 이전에 예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 치매도 마찬가지다. 치매 증상이 생긴 이후에 병이 심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반면 치매 증상이 일어나기 전에 우리 뇌를 튼튼히 관리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이 책은 치매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우리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면 치매를 예방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그래서 치매를 예방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분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극초기 치매 환자나 그 보호자분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병이 깊어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한다면 치매를 초기 단계로 묶어두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병이 깊어진 이후 뭔가 한계를 느끼고 공부를 하곤 한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병이 생기기 이전, 그리고 병이 깊어지지 않았을 때 적극적으로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 치매 증상의 부친을 10년째 모시고 있다. 흔히 치매라고 하면 '요양병원에 모시면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한다. 부친을 병원에 모시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많은 분들이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되면서 치매 환자에 대한 모든 것을 국가가 해결해 준다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국가가 해결해 주는 일은 거의 없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인데, 치매 환자가 요양원에 입소하기 위해서는 나라에서 정해 놓은 기준에 따라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따른 등급을 받는 걸 의미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는 치매 환자를 크게 5단계로 분류한다. 5등급은 가장 경미한 치매를 의미하고, 1등급은 가장 심각한 치매를 의미한다. 국가에서는 1등급, 2등급 등 치매 증상이 심각해야만 요양원에 입소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5등급도 받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요양원 또는 요양병원에 아버지를 모시지 않았다기보다는 요양원에 아버지를 모시지 못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

"탁상행정이다. 치매 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이 치매가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 것 같다. 그래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 일하는 공직자들이 이 책을 한번 쯤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만약 너무 바빠서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면, 공청회 등을 개최해서 저를 초청해주시면 치매 환자 가족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소상히 설명해드리겠다. (웃음) 국회 등에서 일하는 분들도 이 책을 많이 읽어주시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치매 환자 가족의 고통을 줄여주는 방법은 치료제 개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치매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줄여줄 수 있다. 예를 들면 기업들이 치매 환자 가족들을 위해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치매 환자들의 실종을 막기 위한 특별한 전자도어락이 있다. 보통의 전자도어락은 밖에서 안으로 들어갈 때 잠금 해제를 하는데, 치매 환자를 위한 도어락은 반대다. 안에서 밖으로 나갈 때 잠금 해제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집에 치매 환자가 발생하면 이런 제품은 필수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치매 환자용 도어락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현재 출시된 치매 환자용 전자도어락은 아파트 현관문을 기준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고, 오래된 단독 주택에 거주할 경우, 치매 환자용 전자 도어락을 설치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 외에도 치매 환자 가족의 고통을 줄여줄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들은 많다. 다만 기업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분들이 치매 환자 가족이 어떤 고통을 겪는지 알지 못하고 맞춤형 상품을 출시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치매에 대한 여러 지식을 통해 치매 환자와 보호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획기적인 상품 개발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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