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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식시장의 무게추가 기울기 시작할 때

[칼럼] 주식시장의 무게추가 기울기 시작할 때

기사승인 2022. 10. 2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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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명훈
하이투자증권 대구WM센터 류명훈 PB차장
'투자의 대가' 조지소로스의 재귀성 이론을 들어본 적 있는가?

재귀성 이론이란 금융시장에 하나의 변화가 일어나면 그것이 가속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한 방향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있는 시소가 어떤 힘에 의해 반대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가속화돼 기울어져 있는 방향이 역전되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기 바란다.

필자는 지금 시장상황을 정확하게 이 모습에 비유하고 싶다. 물론 현재까지 고착화된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미국 연준(Fed)에서 급격히 기준금리를 인상해왔고 여전히 그 인상시도가 몇 차례 더 남아있다는 것은 모두가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연준의 급격한 긴축정책은 세계증시의 폭락을 넘어 경기침체마저 불러일으켰는데 이제 그 견고하게만 보였던 긴축정책이라는 벽에 자그마한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주식시장의 무게추가 기울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 힌트는 최근 연준위원들의 발언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매파 일변도의 강경한 발언에서 뒤로 한발자국 씩 물러나는 발언들을 볼 수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위원은 '다음 회의 때 긴축의 속도에 관해 매우 깊은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금리 인상 폭의 단계적인 축소 얘기를 시작할 때'라고 밝혔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과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준 총재 또한 최근 발언에서 급격한 금리인상 기조에서 다소 유연하게 들릴 수 있는 기조의 발언을 하였다. 물론 아직도 여전히 매파적인 발언을 내고 있는 연준위원들도 있기에 증시 전망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여전히 강한 물가지표와 견고한 고용상태 등을 볼 때 상당기간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달라붙어 있을 수 있어 투자자들이 완전히 파란 신호등이 켜지기 전까지는 투자를 주저할 것임이 불보 듯 뻔한 일이다.

그러나 소로스의 재귀성 이론에 비춰서 상황을 판단하자면, 주식시장의 무게추가 적어도 그동안 기울었던 방향에서 다른 방향으로 옮겨갈 준비 정도는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그럼 좀 더 자신감을 가져보기 위해 다른 지표들을 소개하겠다. 먼저 미국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서 지난 9월 13일에 발표한 투자 심리와 관련된 통계자료를 보면 현재 펀드매니저들의 현금 비중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도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해석하자면 펀드매니저들도 베어마켓(약세장) 상황 속에 투자를 주저하고 있고 그로 인해 현금 비중을 최대치로 끌어올렸기에 언제든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오면 그 현금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펀드매니저 입장에서 시장이 오르는데 주식을 사지 못해 수익을 못내는 것만큼 두려운 일은 없을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현금비중이 더 높다는 것은 당시 상황과 현 상황을 비교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현금비중이 이렇게 높으니 당연히 주식 포지션은 금융위기 당시 수준만큼 떨어져있는 상황이다. 상승의 트리거가 나올 때 투자자들이 생각해볼 틈도 없이 시장이 반응해버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팩트셋과 S&P에서 10월 13일에 발표한 자료 S&P500 기업들의 EPS(주당순이익)를 보면 베어마켓 상황 속에서도 사상 최고치에서 약간 꺾인 수준을 기록 중이다. 계속해서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는 것이다. 순마진 또한 마찬가지로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살짝 꺾였을 뿐이다. 우리 생각보다 기업들이 잘 버티고 있다는 뜻이고 2008년 당시의 금융위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펀더멘털은 견고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통계에서 보여주는 또 다른 자료가 있는데 바로 S&P500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이다. 현금이 있어야 자사주도 매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수치 또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 중이다. 기업들의 자본지출 역시 크게 위축되지 않고 있음을 통계는 보여주고 있다.

투자자들이 종종 베어마켓 속에서는 기업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자료들을 보았을 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그들이 잘 버텨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무엇이 문제라서 시장이 부진한가?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의 문제는 매크로와 관련된 심리에 있다고 판단한다. 바로 거시경제 환경에 대한 센티멘트가 문제인 것이다.

정리하자면 주식시장이 좋아지기 위한 조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앞서 필자가 언급한대로 투자심리를 진정시켜줄만한 이야기들이 연준위원들의 입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것이 시작된 것이다. 그건 무게추가 움직이게 만드는데 있어 단순해 보이지만 아주 필수적인 요건이다.

여전히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예고되어 있고 물가도 아직 뚜렷이 잡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선반영해 가격에 반영할 것이다. 물론 반등이 나온다는 의견을 화끈한 'V자' 반등으로 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여전히 실적시즌이고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내년도에 대한 경제 전망을 우려 섞인 목소리로 하고 있기에 조심할 필요는 충분하다. 그러나 필자는 생각한다. 조지 소로스의 이론을.. 무게추는 기울어지기 시작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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