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칼럼]고금리 속 금융시장 경색, 중소기업 현장 목소리 들어야

[칼럼]고금리 속 금융시장 경색, 중소기업 현장 목소리 들어야

기사승인 2022. 11. 17. 10:54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심승일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1
심승일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레고랜드발자산유동화어음(ABCP)이 촉발시킨 자금시장의 '돈맥경화' 현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은 늘어나는 자금 수요를 충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전과 가스공사 등 초우량 공사채도 유찰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풍부한 대기업들마저 은행문을 두드리고 있다. 신용등급이 좋지 못한 대다수 기업들은 최근 은행 대출도, 회사채·CP(기업어음) 발행도 '그림의 떡'이다. 회사채 발행은 꿈도 못 꾸고, 은행에서는 문전박대를 당한다. 채권시장과 은행대출 모두에서 밀려나면서 자금을 조달할 방법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의 자금난은 최근 계속된 금리 인상과 맞물려 중소기업에게 더욱 무서운 파도로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 규모는 이미 과도한 상태고 계속되는 대출금리의 인상으로 이자 부담은 늘어만 간다. 올해 9월 말 중소기업의 대출 잔액은 948조 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5조2000억원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12월과 비교하면 231조5000억원이나 증가한 수치다. 이들 중소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5% 이상의 고금리 부담을 떠안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5% 이상 대출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비중은 1년 전에는 전체의 3% 수준이었는데 올 9월에는 40.6%로 늘었다.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빚으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 온 중소기업은 한국은행의 연속된 기준금리 인상 결정과 다가오는 대출만기를 앞두고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미 빚은 많은데 갚아야 할 돈은 점점 늘어나고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동력을 투입하려 해도 자금을 구할 수 없는 막막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10월 27일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중소기업 자금 애로 해소와 경영안정을 위해 50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애로사항별 맞춤형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아직 그 세부계획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지원이 시급한 중소기업들은 생존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중소기업은 고물가에 따른 수요부족 심화,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고금리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 이른바 '3고(高)'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99.6%가 고금리 리스크 대응방안이 전혀 없거나 불충분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충분한 대응책이 있다는 응답은 0.4%에 불과했다. 이는 중소기업 대다수가 금리 인상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중소기업이 금리인상과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4대 금융지주사의 올해 3분기까지 순이익은 약 14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은 IMF 외환위기 때 대규모 공적자금 덕분에 위기를 극복했었다. 이제는 은행이 앞장서서 자금 경색이 금융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은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에게 사형 통보와 마찬가지며, 무분별한 자금 회수는 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건실한 기업까지 줄도산으로 내모는 조치가 될 것이다.

정부는 현 자금난 사태에 뒤늦은 대응책을 내놨다. 채권시장 대혼란을 촉발시킨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도가 지급 보증 약속을 불이행하겠다는 선언을 한 지 거의 한달이 지나서야 부랴부랴 대책이 마련됐다. 이제라도 정부는 중소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세부적인 정책을 고안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대한민국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하고 있으며 81.3%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 경제의 뿌리다. 중소기업의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전반적인 생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국의 금융권 모니터링 강화와 시중은행에 대한 협조 요청으로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부채 연착륙을 지원하고 현재의 자금난이 더 큰 위기 상황으로 번지지 않도록 이미 밝힌 50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금융 대책의 세부적인 조치를 최대한 신속히 발표·집행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금융애로에 대처하고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우리 경제가 대응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