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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판 갈등’ 세르비아-코소보, 절충안 무산…발칸반도 정세 ‘아슬’

‘번호판 갈등’ 세르비아-코소보, 절충안 무산…발칸반도 정세 ‘아슬’

기사승인 2022. 11. 2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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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OVO-SERBS/EU-BORRELL <YONHAP NO-0765> (REUTERS)
지난 9월 1일(현지시간) 코소보 국경지대에서 한 운전자가 차량 번호판에 붙여진 국가 표시 스티커를 제거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연합
'발칸반도 앙숙'인 세르비아와 코소보가 차량 번호판 정책을 둘러싸고 충돌 조짐을 보이면서 EU(유럽연합)가 중재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안보가 위기를 맞은 가운데 발칸반도마저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중재로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과 알빈 쿠르티 코소보 총리 간 긴급 회동이 진행됐다. 이날 회동은 코소보 정부가 자국 내 세르비아계 주민들에게 차량 번호판을 코소보 기관 발급 번호판으로 교체하라고 압박하자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하지만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회동 후 기자회견에서 "오전 8시부터 수시간에 걸쳐 논의했지만 양측은 해결책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논의 실패와 수일 내에 벌어질 수 있는 긴장 고조 및 폭력 사태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코소보 정부는 차량 번호판 교체 시한을 21일로 정하고, 22일부터는 코소보에서 발급한 번호판으로 바꾸지 않는 차량 운전자에 대해 150유로(약 21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계획이어서 소요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소보는 지난 8월 자국 내 세르비아계 주민들의 차량 번호판을 코소보 기관 발급 번호판으로 교체하는 조치를 추진했다. 이를 통해 내년 4월 21일가지 코소보 운전자 전체 차량 번호판을 코소보 기관 발급 번호판으로 교체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코소보에 거주하는 세르비아계 주민 대다수는 세르비아에서 발급한 차량 번호판을 사용하고 있어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1만여명 규모의 시위가 열리는가 하면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번호판을 교체한 차량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또 세르비아인들이 실질적 자치권을 행사하는 코소보 북부의 공직자, 경찰, 법관 등 세르비아계 공무원이 줄줄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공공 서비스가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EU는 지난 19일 폴란드와 이탈리아 출신 경찰관 130명으로 구성된 EU 민간 임무단(EULEX)을 코소보 북부에 파견하기도 했다. 현재 코소보에는 양국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NATO(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소속 평화유지군 3700명 가량이 배치돼 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세르비아와 코소보는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왔다. 1990년대말 코소보는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을 추진하려다 수천 명이 사망하는 내전을 겪었다. 2008년 독립 선언한 이후에도 세르비아가 코소보를 자국의 영토 일부로 간주하면서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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