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울릉군, 오징어 ‘반짝 풍어’에 마냥 웃지 못하는 현실

기사승인 2022. 11. 25.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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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북 울릉도 저동항 위판장에서 어민들이 갓 잡아온 오징어를 손질하고 있다. /조준호 기자
25일 오전 동해안 어업전진기지인 경북 울릉도 저동항 위판장에 오랜만에 오징어가 가득했다.

해경에 따르면 이날 오전에 입항한 어선은 60여척으로 어민들이 밤새 잡은 오징어를 저동항에서 위판하면서 금새 분주해졌다. 할복과 세척 등의 손길이 늘어나 위판장 곳곳에 생기가 돌고 있었다.

반짝 풍어 속 잡힌 오징어를 손질하는 주민과 위판 보는 중매인, 수협직원, 경매를 구경하는 관광객 등 200여명이 몰려 오랜만에 시끌벅적했다.

경매에서 상품은 8만5000원에서 9만원, 중품은 5만원, 하품은 3만8000원선에 위판됐다. 금액에 따라 크기와 신선도 등의 차이가 났다.

지난 9월 울릉도와 독도 주변에 형성된 어군으로 지역경기에 이끌었던 오징어가 추석을 기점으로 점차 줄어들어 어민과 중매인 등의 불안케 했다가 25일 찾아온 반짝 풍어는 모처럼 저동항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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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북 울릉도 저동항 위판장에서 밤새 잡힌 오징어를 경매하고 있다./조준호 기자
오징어는 수명이 평균 1년 내외인 단년생으로 동해에서 잡은 오징어는 알을 낳는 시기에 따라 가을 산란군(10~11월)과 겨울산란군(2~3월)으로 나눈다.

보통 어민들은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26~28㎝(몸통길이) 내외의 오징어를 잡아왔다. 지금 시기가 적기다. 하지만 '오징어 하면 울릉도'를 떠오를 정도로 울릉도를 칭하는 대명사로 쓰인 오징어가 요즘 울릉도 현지에서도 구경하기 힘든 귀한 금징어로 자리 잡힌지 오래됐다.

어선이 입항하면 어민과 주민들은 아침상 횟거리로 몇 마리를 인사처럼 나누는 것이 동네 인심이었지만 이젠 출어해도 유류대와 경비도 못 맞출 정도의 흉어 때문에 수십년 이어진 인심도 사라졌다.

인심은 변했지만 여전히 올릉도 오징어의 맛과 명성은 이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울릉도 오징어는 당일바리 오징어를 건조한다.

당일바리란 저녁에 출어해서 잡은 오징어를 새벽에 경매를 거쳐 바로 말리는 것을 칭한다. 그만큼 신선한 선도의 오징어를 건조하면 냉동오징어 보다 맛은 월등히 뛰어나다.

그리고 당일바리 오징어를 할복부터 건조하는 과정이 예전과 동일하게 전통을 고수하며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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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경북 울릉도 저동항에서 주민들이 밤새 잡아온 오징어를 할복 후 세척하고 있다./ 조준호 기자
어판장에서 만난 어민과 중매인들은 반짝 풍어 속에 마냥 웃지 못했다.

중매인 김연만씨는 "오늘 입항한 60여척 어선 중에 40여척이 타지어선"이라며 "지역 어선들이 이만큼 잡았으면 기쁘겠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위판액이 커지고 활복하는 오징어가 많아져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또 "할복에서 건조하는 주민들이 예전부터 꾸준히 해오신 분들인데 평균 연세가 70대들이다. 연세 때문에 속도도 더디고 예전만큼 많이 작업하지도 못한다. 오징어가 많이 잡혀도 이젠 활복해서 건조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1960~1970년대 오징어가 울릉도를 먹여 살릴 정도로 경제를 부흥시킨 시절을 거치며 울릉도 하면 오징어라 부르는 시절이 있었다. 이젠 오징어를 보면 울릉도 문제점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갈수록 줄어든 어획량으로 줄어든 어선과 주민수. 그리고 고령화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는 오징어 산업구조, 정부의 지원구조 속에 연명하는 어민들.

지방소멸과 고령화는 울릉군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며 대응법도 형식적인 겉핥기씩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징어 또한 갈수록 도태되는 수산정책. 문제점은 알지만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군정. 반짝 풍어 속에서도 웃지 못하는 현실이 마지막 한명만 살아남는 '오징어게임' 같다.

한 어민은 "예전에 위판 볼 때 정치인부터 공무원까지 나와 이야기하거나 손을 거들곤 했지만 올해 위판장에서 구경하기 힘들다. 오징어가 안잡히면 더욱더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하지만 사람은 커녕 그림자 보기도 힘들다. 그만큼 수산에 관심이 없고 그 때문에 더욱 도태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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