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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의집 김종국 원로 신부 “생명이 다할 때까지 봉사하고파”

토마스의집 김종국 원로 신부 “생명이 다할 때까지 봉사하고파”

기사승인 2022. 11. 2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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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전 하루 400~500명 방문해
올해는 김장 김치 부족...코로나 여파
"우리 님들에게서 살아계신 예수님 봐"
김종국 신부 인터뷰
서울 영등포구 '토마스의집'은 1993년 2월 김종국 원로 신부가 시작한 무료급식소다. 30년 가까이 급식소를 운영해온 김 신부는 남은 생이 다할 때까지 봉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보였다./김현우기자 cjswo2112@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은 백화점·시장·유흥가 등 사람들이 몰리는 곳과 사람들이 외면하는 쪽방촌 같은 장소가 한데에 모인 곳이다. 또한 술취한 노숙자들도 많다보니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봉사하기 힘든 지역으로 꼽힌다. 이런 곳에서 30년 가까이 무료급식소를 꾸려온 신부가 있다. 토마스의집 원장 김종국(74) 원로 신부다. 1977년 사제 서품을 받은 그는 1993년 2월 자신 세례명(토마스 아퀴나스)을 딴 무료급식소 '토마스의집'을 열었다. 최근 만난 김 신부는 그간의 세월을 회상하며 결코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터뷰 내내 '봉사로 기도하는 삶'을 이끌어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의 소망은 남은 생명이 다할 때까지 토마스의집을 지키는 것이었다. 다음은 김 신부와 나눈 대화다.

-토마스의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과거 영등포교도소에 사목(사제 활동)을 하던 중 영등포에 있는 무료급식소를 맡아달라는 신자들의 요청이 있었다. 처음에는 사랑의 선교회 수사들이 이곳에서 밥을 나눠줬다. 그러나 방문자들의 폭행이 이어지자 무료급식소는 문을 닫았고 이후 9개월간 방치돼 있었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1993년 2월 토마스의집이란 이름으로 새로 시작했다. 엄청나게 쌓인 쓰레기를 치우고 가진 돈을 털어서 조리기구를 장만했다. 처음에는 매일 120명 정도가 왔는데 오는 분들이 늘면서 주변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인근 상인에게 멱살 잡힌 적도 있고 급식소 장소를 빌리기 어려워 이곳저곳을 옮겨 다녀야 했다."

-토마스의집 운영 현황을 말씀해달라.

"코로나 전에는 하루에 400~500명 정도가 급식소를 방문했다. 오는 분들을 행려자나 노숙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우리 주님'에서 주를 빼고 '우리 님들'이라고 표현한다. 그들과 같은 눈높이로 서고 싶었다. 예전에 급식소를 이용하는 분들은 진짜 노숙인이나 행려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독거노인이나 차상위 계층의 수도권 노인들이 많이 찾아온다. 혼자 한 끼를 해결하기 어려운 사람들,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찾는 것이다."

-30년 남짓 토마스의집을 운영했다. 신부님을 이끈 동력은 무엇인가.

"봉사의 삶과 기도하는 삶은 하나로 연결이 된다. '우리 님들'은 인간적인 수치심을 안고 토마스의집에 온다. 수치심, 분노, 슬픔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이들의 모습은 초라하다. 하지만 나는 '우리 님들' 안에서 살아계신 예수님을 봤다. 또 이 일을 하면서 예수님이 기뻐하시는 것을 느꼈다. 봉사라는 기도에 하느님이 응답하신 셈이다. 사제로서 기도하면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삶을 살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토마스의집을 지키고 싶다. 주님이 내게 주신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김종국 신부 인터뷰
어려운 과거를 회상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김종국 원로 신부. 그는 인터뷰 내내 봉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드러냈다./ 김현우기자 cjswo2112@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안다.

"아름다운 많은 분들이 토마스의집을 도왔다. 최근 LG의인상을 받은 정희일 할머님은 이 가운데 잘 알려진 사례다. 정 할머님은 토마스의집 초창기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거동이 불편한 96세까지 봉사를 하는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됐다. 기쁨이 서린 얼굴로 조용히 봉사하는 분들을 보면 언제나 감동받는다. 내가 이런 분들을 만났기 때문에 행복한 거다. 특히 박경옥 데레사 총무님은 음식 만들 때 주님에게 올리는 밥이라고 생각해서 최고의 식재료만 쓴다. 이런 분이 없다. 총무님에게 늘 감사할 뿐이다."

-최근까지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올해는 김장 후원이 부족하다. 겨울철 음식을 하려면 김치가 많이 필요하다. 코로나 이후로는 후원금이 줄었다. 토마스의집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은 늘 겪는 일이다. 이번에도 주님이 함께 해주 거라 믿는다."

-사회 갈등이 심한 것 같다. 평온을 잃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이 있다면.

"김수환 추기경께서 '머리로 아는 것이 가슴으로 내려오기까지 70년이 걸렸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머릿속에 머무르지 말고 가슴으로 느끼고 나눔이란 행동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내 탓이오'란 말이 필요한 시대다. 겸손한 삶이 영성을 키운다. 자기 안에 갇혀 있지 말고 올바로 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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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문한 영등포구 토마스의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주로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이곳은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사랑의 후원금으로 3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사진=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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