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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 닷새째 하루손실만 3000억…산업계 “장기화 하나” 전전긍긍

화물연대 총파업 닷새째 하루손실만 3000억…산업계 “장기화 하나” 전전긍긍

기사승인 2022. 11. 2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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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컨테이너 반출입량, 전월대비 80%↓
전국 건설현장 56% 레미콘 타설 중단
삼성·LG·현대차 “장기화 대비 대책 마련 중”
화학·철강도 “장기화하면 공장 멈춘다”
수도권 레미콘공장 대부분 '셧다운'<YONHAP NO-4554>
화물연대 총파업 닷새째인 28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의 한 레미콘 업체에 레미콘 차량이 멈춰 서있다. [연합뉴스]
총파업 닷새째를 맞고 있는 화물연대와 정부 측의 첫 협상이 결렬되면서 산업계에선 물류 차질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항만 컨테이너 물량은 한달 전의 20% 수준까지 쪼그라들었고 전국 건설현장의 절반 이상이 레미콘 타설을 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정부 추산 하루 손실액이 3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파업이 더 길어지면 원료 없이 공장을 돌릴 수 없는 석유화학업계부터, 전자 및 자동차업계까지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28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와 정부간 대화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데 대해 산업계 전반에선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의 부산항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2542TEU(1TEU는 20피트 컨터이너 1개)로, 전날 5863TEU와 비교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달 동시간대와 비교하면 반입물량 자체가 80%이상 쪼그라들었다. 인천항도 27일 오전 10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하루 화물 반출입량이 지난달 평균의 불과 5.9% 수준의 775TEU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화물연대 파업이 아직 손실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장기화를 우려 중이다. 삼성 측은 "생산제품 적재공간과 수출용 컨테이너 확보 등으로 대비하고 있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측도 제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 재고가 아직 남았지만, 장기화 우려에 파업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여념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화물연대 총파업 때에는 반도체 타격을 목표로 한다는 연대측 내부 지침에 따라 반도체 원료사인 LS니꼬동제련과 고려아연 물량 운송이 멈춘 바 있다. 실제로 삼성은 수출품 운송이 지연되면서 어렵게 확보한 선박을 놓치거나 항만에 입고된 수입 원자재가 공장으로 채 운송되지 못해 반도체 생산 가동을 조정하는 등 피해로 이어졌다.

현대차도 완성차를 옮기는 카캐리어(완성차 탁송차량)가 파업에 동참함에 따라, 이 달 새롭게 출시한 7세대 그랜저의 출고가 지연되고 있다. 파업이 길어지면 자칫 연말까지 출고 목표치인 1만1000대를 달성하기 힘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직원 약 1000명이 직접 운전해 인도하는 '로드 탁송' 운영에 들어갔지만 거부하는 고객이 많고, 차량 보증 기간도 늘려주기로 하면서 벌써부터 손실이 누적 되고 있다.

당장 직격탄은 레미콘과 시멘트업계에서 건설업계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으로 전국 459개 건설 현장 중 56.4%에 해당하는 259곳에서 레미콘 타설 작업이 중단됐다. 전국 건설현장 셧다운이 현실화 하고 있는 모양새다. 레미콘업계 한 관계자는 "시멘트가 거의 들어오지 않아 레미콘 출하량은 평소 대비 10% 수준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재고까지 바닥을 보이고 있다. 곧 건설 현장이 멈춰 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 피해도 만만치 않다. 지난 24~26일 매출 손실 피해액은 464억원에 달한다고 한국시멘트협회는 주장했다. 평일 시멘트 출하량이 20만톤 수준인데, 실제 출하량은 약 1만톤에 불과해 매출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협회 주장이다.

철강업계 맏형 포스코는 현재 지난 9월 태풍 피해를 복구 중인 상황이어서 이번 총파업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피해 복구에 필요한 설비자재의 입출고도 지연되고 있어서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수해복구를 위한 설비자재의 입출고 운송이 가능토록 협조를 지속 요청 중"이라며 "현재 복구용 자재는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도 하루 평균 5만톤의 출하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업계는 파업이 7~10일 이상 길어져 제품 출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재고를 보관하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파업이 장기화되면 공장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중단 후 재가동하는 데에도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석화업계에서만 하루 3000억원 이상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날 한국산업연합포럼은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즉각 중단 촉구'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포럼은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3고 경제위기 속 공자현장 중단, 물류운송 차질, 국민생활 불편 등으로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이 예상된다"며 "정부는 대체 차량 투입 등으로 피해를 최소화 하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연합포럼은 석유협회·기계산업진흥회·디스플레이산업협회·바이오협회·반도체산업협회·백화점협회·석유화학협회·섬유산업협회·엔지니어링협회·자동차산업협회 등 15개 국내 핵심 산업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협단체들로 구성됐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정부는 군부대 차량 동원까지 고려 중이다. 이날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세아시멘트 제천공장을 방문해 피해 현황을 공유하고 상황 타개를 위해 정부지원사항 등 건의사항을 적극적으로 청취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시멘트산업이 레미콘·건설 등 전방산업에 직결되는 핵심 기초소재산업으로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정부 차원에서 운송차량 운행 재개 방안을 강구하고 필요시 군부대 차량 지원까지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날 박일준 산업2차관도 화물연대 파업 관련 휘발유·경유 등 국내 석유제품 출하 현장을 점검했다. 대한송유관공사의 판교저유소를 방문해 '비상상황반' 구성과 운영에 대해 공유하고 면밀한 모니터링으로 수급 차질을 방지하는 데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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