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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포털 뉴스와 함께 온 ‘극단의 시대’

[특별기고] 포털 뉴스와 함께 온 ‘극단의 시대’

기사승인 2022. 12. 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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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사회 휘몰아친 '극단 추구'의 광풍
포털 뉴스 등장으로 열린 소통 공간에 기대와 정반대 결과
클릭 수 경쟁 따른 악순환 반복…기사 접근 편리함 속 '극단 시대'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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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수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법률사무소 선율 변호사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프랑스 혁명 이후 세계사를 3부작으로 발표한 후 그 후속작으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간기를 서술한 <극단의 시대>를 집필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 사회는 가장 이상적인 극단을 추구하는 풍조가 휘몰아쳤다.

좌파 진영에서는 1917년 러시아 혁명을 계기로 공산주의의 광풍이 몰아쳤고, 우파 진영에서는 히틀러와 무솔리니로 대표되는 극우 민족주의 세력이 발호했다. 대화와 토론, 그리고 관용의 정서가 지배하는 중도파가 거의 소멸된 '극단의 시대'를 맞아 전 세계 각국은 극단적인 가치관의 대립을 경험했다.

가장 극심했던 것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이었는데 극우 정당인 나치 정당과 극좌 정당인 공산당이 힘을 합쳐 의회를 해산시켜 6개월간 세 번의 총선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극단주의자들의 발호와 극한 대립이 낳은 결과는 인류 전체에 큰 불행을 가져다준 제2차 세계대전이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21세기 초입 포털뉴스가 처음 대중화되기 시작할 때 사람들은 포털뉴스의 댓글 기능 등을 기반으로 한 쌍방향 소통 시스템이 더 열린 소통의 공간을 만들고 '숙의 민주주의'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포털사이트가 뉴스 공급을 독점하면서부터 기대와 정반대의 결과가 초래되기 시작했다. 본래부터 우리나라 언론들은 개성적인 논조와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언론이 특유의 사조를 지니는 것은 진실에 접근하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장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언론의 사조가 포털뉴스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이용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문제점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언론사들은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보다 선정적인 표제를 쓰기 시작했고, 기사의 논조 역시 열성 독자들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도록 점점 더 극단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한 극단적인 논조의 뉴스가 극단적인 독자들의 과도한 반응을 끌어내고, 이것이 다시 뉴스를 더 극단화시키는 악순환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포털뉴스의 기사 독점은 21세기 초반 우리 사회의 극단적 사상 대립과 대화 토론 및 공론의 장 소멸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발생시키고 있다. 각 언론사의 논조를 차분히 살피며 상호 간의 존중을 기반으로 토론이 이뤄지기보다는 날이 선 표현을 기반으로 일방적인 매도와 극단적인 여론몰이가 인터넷을 지배한 지 벌써 10년을 넘어간다.

변호사로서 업무를 하면서 필자는 최근 10여 년간 포털뉴스 기사 댓글에 대한 상호 고소전으로 전과자가 되거나 억울한 수사를 당하는 사례를 매년 점점 더 많이 접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포털들도 이 문제를 인지했는지 민감한 뉴스 등에 있어서는 댓글 창을 제공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포털에 노출된 극단적인 기사들은 우리 사회의 '극단화'에 기여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간기 극단의 시대에도 언론이 여론의 극단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소련 공산당의 기관지 프라우다와 괴벨스가 창간한 나치 기관지 '데어 앙그리프(Der Angriff·공격)'는 진실과 무관한 선동적인 프로파간다 기사로 지지자들의 확증편향을 강화했다.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대화와 토론의 장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보다 극단적 정치 투쟁의 장으로 몰아넣음으로써 종국에는 내전 또는 전쟁이라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현재 포털뉴스 서비스는 모든 뉴스를 한눈에 제공함으로써 보다 선정적인 표제의 뉴스에 자연스럽게 손이 가도록 하는 구조다. 그래서 특별히 정치세력이 조장하지 않아도 언론이 자신의 논조에 맞는 정치세력의 입장을 극단적으로 대변하게 만드는 효과가 생기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 기사들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역사가 우리에게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현대 기술 문명의 발전과 함께 우리는 과거에 비해 매우 편리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신문 가판대를 찾아가지 않아도 클릭 몇 번으로 뉴스를 접할 수 있는 편리함도 현대 기술 문명의 발전이 낳은 결과물이다.

그러나 언론이 제공하는 기사를 접하는 것은 편리함만을 추구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사를 접함에 있어 차분한 판단과 숙고의 시간이 작용하도록 조금은 의도된 불편함이 있을 때 독자들은 더 주체적으로 기사를 읽고 평가할 수 있다.

언론 또한 깊이 있는 독자들을 위한 수준 높은 기사를 제공하며 사회적으로는 공론의 장이 본격적으로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포털뉴스가 제공하는 극단적 편리함이 유발하는 '극단의 시대'를 피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보다 조금은 불편해질 필요가 있다.

<박상수 변호사 약력>
서울대학교 법학부 졸업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전 한진칼 준법지원인
전 대한변호사협회 감사
법률사무소 선율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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