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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혈맹’이라는 자산을 활용한 보훈의 외교적 역할 강화

[칼럼] ‘혈맹’이라는 자산을 활용한 보훈의 외교적 역할 강화

기사승인 2022. 12. 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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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외과 전문의·국방부 의무자문관
이국종 교수
이국종 외과 전문의·국방부 의무자문관
런던의 병원에서 근무할 당시 6·25전쟁 참전용사를 치료한 적이 있다. 노병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에서도 내 명찰을 보고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보았다. 그는 대한민국이 잘 발전하여 보람이 크다고 했고, 난 영국군의 희생을 바탕으로 내가 지금 런던에서 연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퇴원 전 노병은 주한 미군과 한국군에게 주는 영상 메시지를 남겨 주었고, 난 귀국 후 한국과 미국의 젊은 군인들에게 전달해주었다. 대한민국은 이렇듯 영화의 한 장면에서나 볼 수 있는 숭고한 역사를 가진 나라다. 많은 피를 흘린 6·25전쟁을 겪으며 얻어진 이런 신화와도 같은 귀한 자산을 후대에 잘 전달하는 것은 보훈의 역할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전에서 한국과 터키의 경기는 외교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본은 결국 상대국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치열한 마지막 순위결정전에서 양측의 선수와 관중들은 서로를 '형제국'으로 부르며 함께 응원했다. 대한민국이 6·25전쟁을 통해서 유일하게 얻은 것이 있다면, 우리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주기 위해 큰 희생을 치렀던 '진정한 우방'일 것이다.

목숨을 걸고 함께 싸웠던 국가와 맺은 관계는 '동맹'을 넘어 '혈맹'이라 불리며, 이는 탈세계화와 신냉전으로까지 불리는 긴박한 국제역학 관계 속에서도 굳건한 협력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자산이다. 세계에는 정치, 경제 및 군사적 이유로 수많은 공동체가 존재한다. 만약 우리가 6·25참전국을 대상으로 정치, 군사, 경제, 및 사회 공동체를 한 블록으로 묶어 낼 수 있다면, 어떠한 경제 혹은 군사 공동체보다 더 효율적이고 단단한 결속력을 가진, 훌륭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명분 있는' 다자간 국가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22개 유엔참전국과 195만 유엔참전용사에 대한 보훈외교를 담당하는 주무부처는 국가보훈처이다. 다만 보훈처의 위상이 '부'가 아닌 '처'이다 보니 미국, 캐나다, 호주 등 '부'로 운영되는 주요 참전국 보훈부처와 동등한 지위에서 보훈외교를 펼치는 데 제약이 있다. 그러한 점에서 최근 정부의 보훈부 승격 추진은 국가유공자 예우를 강화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보훈의 외교적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보훈부가 되면 보훈 영역이 외교무대로 확대되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우수한 보훈의료 인프라를 활용하여 6·25참전국을 결속 할 수 있다. 고령이 된 해외 참전용사들에게 보훈병원과 보훈요양시설을 개방하는 등 참전용사에 대한 의료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어려울 때 도와준 나라는 절대 잊지 않는다'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어주게 되면 이보다 더 큰 외교적 자양분은 없을 것이다. 보훈부가 6·25참전국에 대한 보훈외교를 활성화한다면 참전국과의 굳건한 동맹체계 구축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서는 보훈체계를 축으로하여 6·25참전국을 포괄하는 국가간 공동체를 구성하는 큰 그림까지도 그려 나갈 수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195만 유엔참전용사의 희생을 바탕으로 쌓아올린 '공든탑'이다. 피로 맺어진 우호관계와 숭고한 역사를 기억하고 계승하는 것은 우리의 책무이자, 외교무대에서도 가장 가치있는 신뢰성 자산이다. 보훈부 승격을 통해 보훈이 외교무대로 확대되어 더 넓은 대한민국을 펼쳐나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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