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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상호 감독 “SF에 멜로 더한 ‘정이’, 장르의 오해 풀고 싶었죠”

[인터뷰] 연상호 감독 “SF에 멜로 더한 ‘정이’, 장르의 오해 풀고 싶었죠”

기사승인 2023. 01. 2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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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이'로 SF 장르에 도전한 연상호 감독
'부산행' 통해 멜로드라마에 매력...이번 '정이'에도 결합
고 강수연 덕에 '정이' 탄생할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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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이 넷플릭스 '정이'로 한국형 SF의 탄생을 알렸다./제공=넷플릭스
"'부산행'을 통해 멜로드라마 장르의 매력을 알았고, 욕심이 생기던 차에 '정이'가 탄생했어요. 멜로 드라마라는 장르의 오해를 풀고 싶었죠."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해온 연상호 감독이 이번엔 한국형 SF 영화로 대중과 만났다. 흔히 SF 장르라고 하면 상상이 가는 소재와 줄거리가 있지만 '정이'는 흔한 작법보다는 한국형 정서에 맞춘 모녀 관계로 차별화를 뒀다. 공개 이후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연 감독이 담아내고자 하는 메시지는 강력하게 대중들에게 전달됐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김현주)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인공지능)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공개 3일 만에 193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 부문 정상을 차지했고 총 80개 국가·지역의 톱10 리스트에 올랐다.

"기획 단계부터 흔히 말하는 신파, 멜로 드라마 장르에 꽂혔던 상태였어요. '부산행'에서도 멜로적인 장면이 있는데, 촬영을 하면서 큰 카타르시스를 느꼈거든요. 그래서 멜로 드라마와 SF가 결합됐을 때 무엇이 나올 수 있을까, SF라는 낯선 장르를 한국에서 어떻게 하면 대중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그러던 과정에서 '정이'가 탄생했어요. 나이 든 딸과 뇌가 복제된 AI엄마, 두 사람은 유일한 유대 관계지만 딸이 그 관계를 끊어버리며 엄마에게 자유를 주는 이야기가 생각났죠."

'정이'는 연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해 미루고 미루던 작품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정이의 딸 서현 역할에 고(故) 강수연이 떠올랐다. 강수연이 고전적이고 우아한 방식으로 서현을 연기한다면 꽤 독특한 작품이 탄생할 거란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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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제공=넷플릭스
연 감독은 아무 인연도 없었던 강수연에게 대뜸 연락을 했다. 겨우 인연이 닿은 강수연에게 시나리오를 보냈고 이후의 만남에서 '한 번 해보자'는 확답을 들었다.

"확신을 갖고 호기롭게 이야기 했지만 사실 걱정이 많았어요. 강 선배가 영화를 하던 시절은 배우의 감정이 아주 크게 표현되던 때잖아요. 그래서 강 선배에게 '감정 표현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어요. 선배님이 정말 그렇게 연기를 해줬고요. 그래서 마지막에 감정을 터트리는 장면에서 전율이 느껴지더라고요."

애초에 멜로에 중점을 두고 만든 '정이'지만 주인공인 서현을 비롯해 정이 역시 대체적으로 감정이 절제돼 있다. 정이는 자신의 존재를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서현은 정이와의 관계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감정을 숨긴다. 이러한 작법은 멜로 드라마에 대해 연구를 하던 연 감독의 욕심이기도 했다. 효과적으로 감정을 잘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멜로 드라마라는 장르가 일종의 오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연출자로 봤을 때도 굉장히 어려운 장르고요. '부산행'도 이른바 신파라는 이유로 비판도 많이 받았었는데, 사실 그 장르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연출하는 방식이 서툴렀던 거고요. 고전 멜로 영화에 대한 존경심도 커졌어요."

발칙하고 독특한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해온 연 감독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어려운 예술이 싫어 대중 예술을 택했어요. 제가 서양학을 전공하면서 답답했던 것 중 하나가 어떤 작품들이 좋다고 하는데 이유를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했고 대중 예술로 진로를 틀었죠. 제가 영화를 만드는 원리는 아주 단순해요. 성별이나 나이, 학업 수준 등과 상관없이 작품을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단순하게 감동을 받는 것보단 곱씹을수록 뭔가 새롭게 생각할 거리가 있는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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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 /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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