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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기간에 기술 배워라”…모순적 총리 발언에 뿔난 日 국민

“육아휴직 기간에 기술 배워라”…모순적 총리 발언에 뿔난 日 국민

기사승인 2023. 01. 2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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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가 1월27일 열린 정기 국회에서 저출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기시다 후미오 중의원 공식 사이트
최근 이례적인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이와 반대되는 모순적인 행보로 비판을 받고 있는 일본 정부가 이번에는 보육에만 신경써야 할 육아휴직 기간에 대학(원) 재입학 등을 장려하는 정책을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28일 마이니치 신문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전날 열린 정기국회에서 "육아휴직 또는 출산휴가 중인 근로자들이 대학이나 대학원에 재입학해 기술을 배우고 학력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기시다 총리가 밝힌 지원 방안은 임신과 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 위기에 몰린 여성 근로자들을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지만, 야당과 시민사회는 물론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어린 자녀 돌봄에 전념해야 할 육아휴직 기간에 딴짓을 하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입을 모아 비판을 하고 나섰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렌호우 참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부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단순한 장기휴가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결과적으로 자녀를 낳을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정부의 역할을 국민 개개인의 책임으로 전가시키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처참하기 이를데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총리도 그 주변 인사들도 출산은 물론 육아에도 거의 참여해 본 적이 없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어린 자녀를 돌보느라 잠도 제대로 못자는 상황에서 무슨 공부를 다시 하라는 것이냐"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친정부 성향의 극우인사로 잘 알려진 니시무라 히로유키도 자신의 SNS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중에 다시 공부를 할 시간과 여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상한 정신머리를 갖고 있다"고 혹평했다.

이처럼 각계각층에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자민당 내 일부 인사들이 황급히 수습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들 역시 현실과는 동떨어진 발언으로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아소 다로 부총재는 "육아휴직과 출산휴가 중에 대학(원)에 재입학해 기술을 배우고 학위를 취득한다면 경력단절이 아닌 커리어 업그레이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시다 총리를 지원사격하기 위한 발언을 한 게 대표적 사례다.

일본 누리꾼들은 SNS를 통해 "정부가 육아휴직 중에 딴짓을 하라고 장려하는 꼴" "육아를 위해 쓰는 휴직기간에 공부하라고 하는 건 누구 머리에서 나온 발상이냐" "결국 엄마에게 모든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이라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육아평론가인 다카소 츠네코는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기술을 취득함으로 인해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이 해소된다는 생각 자체가 큰 문제"라며 "이 정책은 육아휴직 중엔 시간이 남아돌 것이라는 정부(관계자들)의 잘못된 인식과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을 가진 일부 기업 때문에 오히려 경력단절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다시 한번 재고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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