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 1일부터 '슬램덩크 와인' 단독 판매 전날부터 "재고 있냐" 문의, 발주만 300병 "편의점, 더 이상 저가형 와인 구매하는 곳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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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수표동의 한 세븐일레븐 점포에 '슬램덩크 와인'이 진열돼 있다. /사진=안소연 기자
"어제부터 문의 전화가 오더니 진열 2시간 만에 10병 넘게 팔렸어요."
1일 오전 10시 서울 수표동 시그니처 빌딩에 위치한 세븐일레븐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이날부터 팔기 시작한 '슬램덩크 와인'이었다. 건물 지하 1층에 있는 편의점으로 해당 건물 직장인들이 주요 고객인 이 점포는 슬램덩크 와인을 무려 300병 발주했다. 이날 들어온 수량만 100여병이다. 평소에도 와인 구색을 다양하게 해놓는 편인 이 점포는 필요하면 와인 한 종류당 8병 정도 발주하는 게 보통이다.
근무 중인 직원은 "평소 이런 문의를 받은 적이 없는데 어제는 '와인 입고 언제 되느냐' '지금 혹시 있느냐'는 전화만 3통을 받았다"면서 "진열 시각이 오전 7시30분이었는데 현재 정확히 13병이 팔린 상태"라고 말했다. 오피스에 위치한 점포인 만큼 오전에 술이 팔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게 직원의 설명이다. 발주한 300병 중 우선 들여온 물량이 100병인데 약 2시간만에 10분의 1이 팔렸다.
세븐일레븐은 슬램덩크의 열풍에 순발력 있게 올라탔다. 최근 편의점에서 와인 구매가 들어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슬램덩크를 모티브로 한 제품을 적절히 기획한 셈이다. 슬램덩크 와인은 국내에서 만화가 다시 인기를 끌기 전에도 배우 윤여정이 언급하면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일부 알려진 제품이었다. 기존 롯데칠성음료가 수입하던 제품을 세븐일레븐이 재빠르게 업계 단독으로 협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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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거의 나가지 않는 오전 10시쯤에도 10병 이상 팔렸다. /사진=안소연 기자
세븐일레븐의 경우 2022년 와인 매출이 전년도 대비 8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를 계기로 집과 가까운 편의점에서도 주류를 구입하는 비중이 크게 상승하고, 맥주와 소주에서 와인과 위스키 등으로 선호 품목이 옮겨가는 현상에 따른 것이다. 이에 편의점에서는 와인을 구색 맞추기 용으로 진열하는 게 아니라 어느 브랜드가 더 품질 좋은 제품을 가져다 놓느냐가 점포의 인상을 바꾸게 됐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편의점은 더 이상 저가형 와인을 구매하는 곳이 아니라 와인 애호가들도 사랑하는 구매 채널로 성장 중"이라면서 "MZ 소비자가 사랑하는 와인, 위스키는 편의점에서 고성장 하고 있는 주류로 올해도 힘을 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슬램덩크 와인이 판매 시작과 동시에 반응이 좋은 만큼 이후 판매 동향을 살피며 추가 물량 공수를 고려할 예정이다.
한편 영화 '슬램덩크'의 인기는 유통가도 고스란히 반영 중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팝업스토어는 관련 상품을 사려는 소비자들로 오픈런 현상까지 일어 영업 시간 내내 인산인해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