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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만에 배당금 늘린 농심…위기 속 주주환원 정책 제고

19년 만에 배당금 늘린 농심…위기 속 주주환원 정책 제고

기사승인 2023. 02. 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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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당 배당금 5000원으로 25% 올라
시장점유율 1위·3조클럽에도 '한숨'
사업 다변화 등 돌파구 마련 방점
농심이 배당금을 대폭 늘리며 주주환원 정책 제고에 나섰다. 농심의 이번 배당금 확대는 19년 만이다. 조직 안팎에서는 지난해 수익성 악화에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고정돼 있던 배당금을 증액시키며 내부적으로 고심이 깊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농심의 이번 증액 조치가 '구두쇠 배당금'으로 통하던 주주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려는 시도 등 여러 해석들을 내놓고 있다.

농심은 국내 라면 시장점유율 1위와 매출 3조 클럽이라는 타이틀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갈수록 영업이익이 뒷걸음치고 있고, 시장상황도 최근 달라졌다. 한때 60%를 넘던 농심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50%대로 하락하며 요지부동이다. 여기에 업계의 매운맛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제품들이 쏟아지며 매운맛의 강자로 불리던 신라면의 브랜드 위상을 흔들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보통주 1주당 5000원의 현금 결산배당을 결정했다. 시가배당율은 1.4%이며 배당금총액은 약 289억원이다. 배당금 지급 예정일자는 4월 24일이다.

농심의 배당금은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18년 동안 4000원의 배당을 이어오고 있던 농심에는 파격적인 증액폭이다. 농심 관계자는 "기존 배당이 오랜 기간 고정돼 있었는데 이번에 주주 환원 차원에서 배당을 올리게 됐다"며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고있는데 최근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아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진행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농심이 그간 지속적으로 배당금을 동결시키며 주주들 사이에서 원성이 높아지자 이번 증액 조치를 통해 반발을 해소하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농심이 3세 경영에도 속도를 내고 있어 추후 배당금을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오너일가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66.64% 달하는 지주사 농심홀딩스의 지난해 3분기 배당금 수익은 약 201억원이다. 2020~2021년 당시 192억원이던 수익은 꾸준히 늘고 있다.

무엇보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배당금을 대폭 확대한 의도에 대해 여럿 궁금증이 일고 있다. 농심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65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78% 감소했다.

다만 배당의 근간이 되는 이익잉여금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2조1491억원으로 이번 배당금 총액이 289억원인 점을 감안한다면 재무부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줄곧 4000원대를 이어오던 농심이 5000원의 배당금 증액을 결정하면서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농심이 해외에서 실적이 좋았을 것으로 예상되긴 하는데 갑작스럽게 금액을 많이 늘려서 놀랍긴 하다"고 전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매출 3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업이익은 995억원으로 약 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의 전체 매출 중 79% 가량은 라면에서 나온다. 농심은 식품 사업 다변화를 위해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의 신제품도 선보이고 있지만 반응은 미미하다는 평가다. 비건의 경우 아직까지는 시장에 알려지고 있는 단계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미 육식의 식감과 섭취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대체육과 같은 비건 제품으로 입맛을 한번에 바꾸는 것이 쉽지 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지배적이다.

국내 라면 시장점유율에서도 농심은 50% 이상으로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핵심 브랜드인 신라면의 경우 시장점유율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신라면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9.8% 규모다. 2020년 3분기 9.9%와 비교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농심은 최근 신라면 맵기의 3배가 넘는 신제품 '신라면 제페토 큰사발'을 선보이는 등 돌파구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또한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열고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리며 소통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농심이 대내외적인 경영 환경의 악화 속에서도 주주가치 제고와 소비자 소통 강화 등 기업의 지속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동원 농심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위기 속에서의 지속 성장과 발전을 강조하며 "경영 전반의 구조를 점검하고, 개선 및 정비해 위기 속에서도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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