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호주 유명 관광지서 손소독제 판매가 금지된 이유는?

호주 유명 관광지서 손소독제 판매가 금지된 이유는?

기사승인 2023. 02. 06. 18: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원주민 보호와 차별금지 사이에서 줄타기 해야
EjTxkEtXkAEfnyc
호주의 심장부라 불리는 앨리스 스프링스에 범죄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제공=앨리스 스프링스
호주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앨리스 스프링스는 사막부터 원주민 문화에 이르기까지 전형적인 호주 자연을 볼 수 있는 유명 관광지다. 특히 호주의 배꼽이라 불리는 울룰루에서 가까운 이 마을은 많은 관광객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 이 마을은 호주 전역의 높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알코올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뉴스닷컴 등 주요 언론은 지난 5일(현지시간) 앨리스 스프링스에 있는 약국들이 손소독제 판매를 중지했다고 보도했다. 강력한 알코올 판매 규제가 이뤄지면서 일부 주민들이 알코올이 함유된 손소독제, 구강 청결제를 알코올 대신 섭취하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판매를 중지한 약사들은 알코올 성분이 포함된 모든 제품을 잠금장치가 설치된 곳에 보관하고 엄격하게 판매를 제한해 왔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수많은 관광객으로 활기차게 보이지만, 사실 이 마을 주민들은 치솟는 범죄로 큰 고통을 받아왔다. 특히 통제 불능의 청소년 범죄와 알코올로 인한 폭력으로 주민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역 주민들은 호소했다.

더 이상 치안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호주 연방정부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알코올 판매를 금지하고, 평일에도 오후 4~7시에만 알코올 판매를 허가하는 특별 조례를 선포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이런 조치가 원주민에 대한 차별 조치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주민회의에서는 호주 연방정부를 상대로 1조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자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원주민들은 알코올을 찾아 약 1200km 떨어진 광산 도시 마운트아이자로 옮겨가기도 했다. 마운트아이자 주민들은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약 400명의 원주민들이 이주하면서 지역 공공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게 되었다면서, 호주 정부의 도움을 요청했다.

한편 원주민에 대한 차별 논란이 커지면서 호주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원주민 사회의 범죄와 알코올 문제에 개입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걱정했다. 호주 일간 디오스트랄리안이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56%의 응답자들이 정부가 원주민들의 목소리를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력한 규제가 없다면 원주민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그동안 차별 논란을 피하려고 고심하면서 내놓은 정책들이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