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천연가스-수소·SMR 과거·현재·미래 아우르며 성장 전환 과도기, LNG 솔루션 구축 최대규모 액화수소플랜트 준공도 급변하는 시장 대비해 로드맵 준비 친환경 더한 4세대 SMR 투자 진행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국가대표 에너지기업은 'SK'다. 1973년 1차 석유 파동이 전세계를 휩쓸었을 때,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 전량을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공급 받고, 1978년 2차 파동 땐 직접 사우디로 날아가 원유 공급을 약속 받으며 어떤 기업도 해내지 못한 국가적 위기를 타파한 게 바로 지금 SK이노베이션, 그때의 대한석유공사다.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의 피와 땀, 눈물이 서렸다. 그 뿐이랴. 국내외를 넘나드는 LNG 영향력에, 대한민국 '수소 경제'를 이끌고 있고 나아가 소형원전모듈(SMR)까지 그 중심에 있는 게 바로 SK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의 에너지 화학 중간지주사 SK이노베이션이 오는 11월 SK E&S와의 합병을 통해 100조원 규모 초거대 에너지 기업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합병의 이유는 결국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맞춘 체질 개선이다. 기본적으론 SK이노베이션의 정유와 SK E&S의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더해 시너지를 극대화 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배터리 기업인 SK온을 살리고 나아가 자원탐사, 수소와 원전까지. SK가 그리는 미래 에너지 로드맵은 1등 기업 아니면 담기 힘든 청사진을 품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모태인 대한석유공사가 출범한 1962년 이래 석유 사업을 주도해 왔고 1위 정유사 자리를 놓치지 않아왔다. 지난해 기준 정유 부문에서만 47조 6000억원의 매출을 냈다. 지난해 우리나라 석유제품 수출은 237억 6224만 달러로, 반도체와 자동차에 이어 3위 수출 효자로 기록됐다. 그 중심에 물론 SK가 있다.
현재 업계는 기후변화로 인해 화석 에너지에서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기를 맞이했다. 이때 SK E&S는 대표적인 브릿지 연료로 주목 받는 LNG 사업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LNG 발전은 석유나 석탄에 비해 오염물질 발생량이 적다. SK E&S는 연간 500만톤 이상의 LNG를 공급하는 국내 민간 1위 LNG 사업자이자 5GW 규모 LNG 발전설비를 보유한 국내 최대 민간 사업자다. 회사는 2006년 민간 발전사 최초 LNG 직도입을 개시했으며, 2019년에는 가스전-액화플랜트-해상수송-터미널-발전에 이르는 토탈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SK E&S는 현재 SK하이닉스 자가발전소에 LNG 연료 공급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 중으로, 합병 이후 SK이노베이션 계열 내 자가발전 설비에도 LNG 직도입 물량 공급을 확대한다면 연료 비용 절감 및 LNG 추가 수요 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SK E&S는 미래 에너지 '수소'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회사는 지난 5월 세계 최대규모 액화수소플랜트(연간 3만톤)를 준공했다. SK E&S는 올해를 액화수소 원년으로 삼았으며, '국민 실생활에서 체감 가능한 수소 대중교통 시대'의 시작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해당 액화수소는 수소버스 등에 공급된다. SK E&S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의 공정 내에서 발생하는 기체 상태의 부생수소를 원료로 사용하는 만큼, 합병 시 생산 효율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가 주목하는 또 다른 에너지 사업은 소형모듈원자로(SMR)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급변하는 환경 속 인공지능(AI) 없이는 얘기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발언했을 만큼 AI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런 AI와 반드시 함께 언급되는 것이 바로 SMR이다. SMR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 산업의 전력 수요를 해결할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미국 SMR 기업 테라파워에 약 3000억원을 공동 투자해 선도 투자자 지위를 확보했다. 테라파워는 미국 에너지부(DOE)의 차세대 원자로 실증 프로그램(ARDP)의 일환으로 약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를 지원 받으면서 상업화 속도전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너지 업계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실증에 가장 먼저 성공한 기업이 SMR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한다.
또 테라파워는 원자로 냉각재로 물을 사용하지 않는 4세대 비경수형 원전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원자로는 높은 온도에서 작동될수록 발전 효율이 높아지고 경제성도 향상되는데, 비경수형 원전은 물을 사용하지 않아 월등히 높은 온도에서 가동이 가능하고, 유사시 오염수가 발생할 우려도 없다.
김무환 SK㈜ 부문장은 "테라파워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정부, 민간기업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상업화에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며 "향후 테라파워와의 협력을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