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 0 |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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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매수 심리도 조금씩 위축되는 분위기다.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 및 과도한 집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제도를 시행 중인 데다, 시중은행들도 이에 발맞춰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강남권에선 여전히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면서 양극화가 심해지는 양상이다.
DSR은 원금과 이자를 합친 총대출 상환액이 연 소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스트레스 DSR 제도는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채무자가 대출 이용 기간에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을 고려해 DSR 산정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정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시행되면서 주담대 문턱이 높아졌다. 서울을 중심으로 치솟고 있는 아파트값과, 이로 인한 주담대 등 가계대출 증가세를 동시에 잡겠다는 금융당국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아울러 시중은행들도 주담대 금리는 올리는 반면 만기는 줄이는 등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하고 있다.
이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조금씩 누그러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1% 올랐지만, 상승폭은 3주 연속 둔화했다.
매수 심리도 한풀 꺾였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61.5를 기록했다. 전주(67.7)와 비교해 5.2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이 지수는 0~200 범위 이내로 산출되며,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고, 100 미만일 경우 매도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파트 매물 역시 쌓이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 조사 결과를 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8만1652건으로, 전월(7만9315건) 대비 2000건 이상 늘었다.
하지만 대출 규제 영향을 적게 받는 자산가 수요가 밀집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단지에선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며 양극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대장주로 꼽히는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형은 지난달 2일 60억원에 역대 최고가에 팔렸다. 이는 역대 '국민평형'(국평) 최고가다. 이달 들어서도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4차 전용 84㎡형과 삼성동 래미안삼성2차 전용 164㎡형이 각각 47억원, 39억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송파구 잠실 장미1차 전용 82㎡형 역시 역대 최고가인 23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압구정동 한 공인중개사는 "이곳 아파트는 3.3㎡당 매매가격이 '억'대여서 대출도 안 나올 뿐만 아니라, 대출 없이도 집을 사겠다는 대기 수요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집값 양극화 심화를 우려한다. 김선주 경기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가 심해질수록 서민 등 중저가 아파트 수요자들의 주택 구매 여력이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반면에 대출 규제와 무관한 강남3구 등 일부 부촌에선 공급 부족 등의 이슈로 아파트값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