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고려아연 사모펀드 사태] 경영권 방어 힘 실린 고려아연… “적대적 M&A 막아낸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41022010011564

글자크기

닫기

안소연 기자

승인 : 2024. 10. 21. 17:53

자사주 취득금지 2차 가처분도 기각
법적 리스크 해소… 23일 완료 전망
"영풍·MBK의 시장교란 의도 입증"
재계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의 걸림돌이었던 법적 리스크를 털어내고 23일까지의 관련 절차를 완료할 수 있게 됐다. MBK파트너스가 낸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가처분 신청이 다시 기각되면서다. 이로써 고려아연은 경영권 지키기와 명분에 더 힘이 실리게 됐고, MBK는 흠집내기 시도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두 번째로, 지난번에도 MBK는 같은 내용으로 가처분 신청을 통해 기각 판결을 얻은 바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기각 판결 직후 "자사주 공개매수의 불확실성을 높여 주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함으로써 영풍과 MBK의 공개매수에 응하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획된 꼼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명백한 사기적 부정거래와 시세조종과 시장교란 행위라고 판단되는 만큼 이를 금융감독원 진정을 포함해 모든 사법적 절차를 동원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은 최대 17.5%, 베인캐피탈이 2.5%를 인수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이 매입한 자사주는 모두 소각한다. 따라서 베인캐피탈이 2.5%를 모두 매수했다고 가정했을 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지분은 36.49%, 영풍-MBK 측은 38.47%로 비슷해져, 최 회장은 성공적인 공개매수 종료와 함께 우군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고려아연이 금융감독원에 제기한 시세조종 조사 요구도 변수로 남아 있다.

21일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공개매수 과정에서 (MBK와 영풍이) 거짓 사법리스크를 조장하는 것은 물론 공개매수 가격에 대한 말 바꾸기를 이어가고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과 사업적 우수성을 지속적으로 호도해 왔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영풍·MBK 연합의 시장 교란 의도가 입증됐다"고 했고 "자사주 공개매수를 완료한 뒤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겠다"고도 했다.

MBK 측은 가처분 기각에 대해 "본 가처분 결정이 고려아연에 미칠 악영향은 물론 향후 국내 자본시장과 기업거버넌스 부문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대해 비교적 짧은 가처분 심리과정에서 법원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본안소송을 통해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면서 법적 분쟁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일각에선 똑같은 내용에 대해 이례적으로 가처분 신청을 다시 낸 것에 대해 MBK의 무리한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2차 역시 동일한 결론으로 고려아연 측의 '재탕이자 사법 리스크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는 전략'이라는 비판에 힘이 실리는 결과만 얻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본안소송까지 더하면서 여론을 돌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고려아연은 "두차례나 주주와 투자자, 법원을 농락하고도 반성조차 없다"고 맞서는 형국이다.

이날 오전 법원의 기각 결정이 알려진 직후 고려아연의 주가는 88만원대까지 치솟았다. 공개매수가인 89만원에 근접한 금액이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하려면 절차상 소요되는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이날까지 주식을 매입해야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시장의 반응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으로서는 급한 사법 리스크는 털었지만, 영풍-MBK가 공개매수에서 5.34%의 지분을 확보했기 때문에 종전처럼 자사주 공개매수에만 집중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의 우군으로 알려진 글로벌 원자재 거래 중개 기업 트라피구라 회장을 만나는 것처럼 주주들의 지지를 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현 경영진이 안정적으로 미래 사업 등을 추진해야만 국내 산업계에도 악영향이 없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전략광물자원인 비스무트와 안티모니 등의 광물은 해외 수출 규제 등의 문제가 있어도 고려아연이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결국 국민연금이 이번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로 보고 있다.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싸움으로 발전했을 때 양측의 지분이 비등한 상황에서 현재 기준 7.83%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의 의사가 중요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질문에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안소연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