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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마켓 재건 전면에 나선 정용진… ‘AI·글로벌’서 답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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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기자

승인 : 2025. 11. 12. 17:51

알리바바 합작법인 이사회 의장 맡아
"신세계, 경영권 넘긴다" 우려 해소 속
알리 'AI기술·해외판로'로 반등 노려
中기업 거부감·막대한 투자금은 변수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알리바바 인터내셔널과의 합작법인(JV) 이사회 의장을 직접 맡으면서 지마켓 재건에 전면 나선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지마켓이 알리바바에 넘어간다', '신세계가 발을 뺀다'는 시장 우려는 해소됐다. 알리바바의 AI 기술과 글로벌 네트워크는 적극 활용하되, 지마켓의 경영권과 성장 전략은 신세계가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2021년 인수에 3조4000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AI·셀러 지원 등으로 수조원을 추가 투자하는 만큼, 투자 회수 시점이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중국 자본'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과 미중 갈등 등 대외 환경 변수도 넘어야 할 과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이 합작한 JV '그랜드오푸스홀딩'은 최근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회 멤버를 선임했다. 이사회 의장에는 정용진 회장이 선임됐으며, 정 회장은 등기이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정 회장이 등기이사로 돌아온 건 2013년 3월 신세계와 이마트의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지 12년 만이다.

미등기임원은 주주총회 결의 없이 보수를 정할 수 있고, 법인의 민형사상 법적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등기임원이 아닌 등기임원으로서 실질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 회장이 JV의 등기이사이자 의장을 맡은 것은 지마켓 재건에 대한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쿠팡, 네이버 등에 밀려 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지마켓의 부진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책임 경영에 나선 것이다.

또한 합작 법인 출범 이후 일각에선 '지마켓이 알리바바에 넘어간다', '이마트가 지분을 내려놓는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 회장의 의장 선임으로 이런 시장 우려는 해소됐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의 사내이사 등재는 알리바바그룹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지마켓의 재도약을 이끌겠다는 '책임 경영'의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이사회 구성은 양사가 형평성을 유지하면서도 신세계그룹이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구조다. 정 회장 외에 합작법인의 공동 대표인 장승환 지마켓 대표와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고, 알리바바를 대표해서 제임스 동 AIDC 인터내셔널 마켓플레이스 사장이 이사회에 참여한다. JV 이사회는 주요 사안 의사결정 시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 양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략을 설계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JV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이마트 재무담당이었던 장규영 상무가 선임됐다.

향후 JV는 신세계와 알리바바의 시너지에 집중할 전망이다. 지마켓이 1위 탈환을 목표로 내건 전략은 인공지능(AI) 기술 투자와 글로벌 판로 개척이다. 지마켓은 AI 기술 투자를 통해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전면 대수술에 나선다. 3년간 3000억원을 투자해 알리바바의 AI 기술을 도입한다. 우선 전체 시스템을 떠받치는 인프라와 구조를 개선한다. 피크 트래픽 처리 용량을 초당 3만건, 초당 주문 건수를 1000건까지 견딜 수 있는 글로벌 수준 인프라를 구축한다. 다음 단계는 신규 서비스와 AI 기술 접목이다. 2027년까지 두 단계를 완료해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검색, 추천 기능부터 광고 시스템, AI 비서, 라이브 숏폼, 장보기 플랫폼까지 새롭게 선보인다.

알리바바의 글로벌 인프라를 활용한 판로 개척도 본격화한다. 알리바바 계열 동남아 플랫폼 '라자다'와 API 연동을 완료했고, 현재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베트남 5개국에서 상품을 판매 중이다. 라자다는 동남아 전역에 약 1억6000만 명의 소비자를 보유한 초대형 플랫폼이다.

다만 합작법인 앞에 주어진 과제는 녹록지 않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마켓 인수에 3조4000억원을 들였고, 이후 최근 3년(2022~2024년) 누적 영업손실은 1649억원이 쌓였다. 여기에 알리바바의 자본이 투입되고, 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다. 문제는 투자 회수 시기다. 지마켓은 올해 3분기에도 매출 17.1% 감소, 영업손실 244억원을 기록하며 부진을 이어갔다. AI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완료되는 2027년까지는 본격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은 소비자 인식의 벽이다. 한때 국내 1위였던 지마켓은 지난 10년간 쿠팡·네이버에 밀리며 '구세대 플랫폼'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특히 2030세대는 이미 쿠팡의 빠른 배송과 네이버의 검색 연동에 익숙해진 상태다. 여기에 알리바바가 중국 기업이라는 점도 일부 소비자들에게는 부담 요소다. 또 다른 변수는 대외 환경이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와의 협력이 정치·외교적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중 관계가 악화될 경우 '중국 자본과 손잡은 기업'이라는 프레임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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