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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입시안 타 대학으로 확산하나

KAIST 입시안 타 대학으로 확산하나

기사승인 2009. 03. 0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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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개혁 모델로 꼽혀온 KAIST가 이번에는 학교장 추천, 면접만으로 일반고생 150명을 선발하고 각종 과학 경시대회 수상 실적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2010학년도 입시안을 발표했다.

사교육을 통해 점수를 잘 받도록 `만들어진' 학생보다는 타고난 잠재력, 창의성을 보고 뽑겠다는 것이 입시안의 핵심이다.

최근 정부가 대학 자율화 안착을 위해 입학사정관제 확대를 통한 선진형 입시안의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입시안이 다른 대학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되고 있다.

◇ 어떻게 선발하나 = KAIST는 올해 치러지는 2010학년도 입시에서 일반고 학생만을 대상으로 학교장 추천, 심층 면접에 의해 150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KAIST 입학생 대부분이 과학고 등 특목고 출신 학생들인만큼 보다 다양한 지역, 학교의 학생들을 뽑기 위해 신입생 정원(850~900명)의 15~20% 가량인 150명을 일반고 학생들로 따로 뽑겠다는 것이다.

전형은 학교장 추천, 심층 면접만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이를 위해 KAIST는 상반기 중으로 전국 1천여개 고교로부터 학생 1명씩을 추천받은 뒤 입학사정관이 직접 해당 학교를 방문, 학생과 담임교사, 학교장 면담을 거쳐 1차로 30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농산어촌 지역, 저소득층 학생들도 적극 선발할 계획이다.

300명에 대해서는 KAIST 교수진이 심층면접을 실시해 최종적으로 150명을 선발한다.

성적순 선발이 아니므로 내신 성적이 별로 좋지 않은 학생도 얼마든지 학교장 추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학교장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성적보다는 특정 분야에서 능력이 탁월한 학생,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을 추천해 주길 바라고 있다.

서남표 총장은 "학교장 추천을 계속 받다보면 전국 고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가 쌓일 것이다. 만약 학교장 추천으로 어떤 학생을 뽑았는데 형편없었다면 앞으로 그 학교 학생은 안 뽑게 될 것 아니냐"면서 "그만큼 교장의 역할이 중요하며 전적으로 교장 선생님들을 믿겠다"고 말했다.

심층면접 역시 학생의 인성, 창의성,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KAIST가 2008학년도부터 도입한 면접전형 방식과 같다.

교수 3명이 학생 1명에 대해 거의 하루 종일 면담을 하면서 특정 지식이 아닌 미래 가능성을 테스트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KAIST는 입학사정관이 학생을 면담을 할 때나 심층면접을 실시할 때 구체적으로 어떠한 기준에 의해 할 것인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서 총장은 "기준을 공개하게 되면 또 거기에만 맞춰 공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입학사정관이나 면접위원들이 직접 학생을 보고 판단하는 게 기준이다. 성적 1~2점이 더 높고 낮은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 타 대학으로 확산하나 = KAIST는 서 총장이 부임한 2006년 이후 대학 개혁의 `진앙지'로 꼽혀왔다.

2007년에는 정년이 보장되는 `테뉴어'(tenure) 교수 심사에서 교수들을 무더기 탈락시킴으로써 대학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인성, 창의성, 잠재력을 평가하기 위해 2008학년도부터 실시한 심층면접 전형은 다른 대학들이 2009학년도 입시부터 본격 도입한 입학사정관제의 모태가 됐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입시안 역시 그런 개혁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지만 특히 주목을 끄는 이유는 교과부가 연일 `선진형 입시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과 `공교육 살리기 협약'을 맺고 대교협으로 하여금 `선진형 대입전형 확대 공동선언'을 발표하도록 하는 등 대학 자율화 안착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입학사정관제 지원 예산도 지난해 157억원에서 올해 236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그런 만큼 KAIST의 이번 입시안은 정부가 `선진형 대입전형'의 모델로서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해 말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KAIST의 선발 방식이 다른 대학에도 확산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최근에도 잇따라 공식 석상에서 "점수 위주의 선발에서 벗어나야 한다", "잠재력 있는 학생들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학들의 입시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KAIST의 이러한 입시개혁이 정부에 총 정원을 1000명으로 늘려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해석도 내놓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해 성적이 아닌 잠재력 위주로 학생을 선발해 줄 것을 각 대학에 권장하고 있다"며 "그런 면에서 KAIST의 입시안이 다른 대학들에게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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