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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북한, 박근혜 정부 상대할 의중 없어”

전문가 “북한, 박근혜 정부 상대할 의중 없어”

기사승인 2013. 05. 1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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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짐 호어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
한반도 평화와 통일담론의 회복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위협과 제재’로 점철된 최근 수년간의 패턴에서 속히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속돼 온 ‘북한의 위협-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패턴으로는 현재의 대결구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000년 영국·북한 간 외교관계 수립 이후 평양에 처음 개설된 영국대사관의 대사대리(2001~2002년)를 지낸 짐 호어 전 대사(사진)는 16일(현지시간)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현재로서는 박근혜 정부와 상대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남북 양쪽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한 한반도 전문가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기간 중 대북 ‘신뢰외교(trustpolitik)’에 워싱턴의 지지를 이끌어냈지만 여전히 세부 방안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적 행동이 새 정책을 추구하기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유(類)의 제안이 항상 마주하는 문제는 해당 제의가 추구하는 상대방의 반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박근혜 정부를 상대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에 잘 알려져 있지만 대통령으로서의 경험은 여전히 부족하다. 그녀는 정치적으로 보수적 배경이 있고 최근 경험한 한국의 보수적 대통령(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칭)에게 (북한의) 인상 또한 매우 좋지 않다.

박근혜 정부의 의도가 어떠하든 이에 대한 북한의 의심은 계속될 것이다. 김대중 정부 취임 초기 보였던 북한의 김 전 대통령에게 나타낸 의구심을 상기해 보는 것도 좋겠다.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가 최근 몇 년간 계속돼 온 ‘북한의 위협→남한의 대응 위협→관여가 아닌 제재’의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도움이 되지 못할뿐더러 통일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신뢰외교 방안은 ‘북한의 비핵화’를 관계회복을 위한 핵심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북한이 9·19 공동성명을 이행할 수 있을까.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위반한 것이 북한뿐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미국은 성명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이행 의지를 깨뜨렸다(미국의 BDA 북한계좌 동결 조치를 의미). 북한은 자신들이 지닌 ‘매우 미미한’ 핵능력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핵시설) 봉인이나 (핵물질 제조 등의) 한도 조치를 취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리비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북한의 핵무기 포기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북한 군부의 세대 교체가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얼마 전 인민무력부장도 교체됐다. 이 같은 패턴이 김정은 체제 안정성 강화로 귀결될 수 있다고 보나.

“최근 북한 내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북한 군사정책은 주로 인민무력부장이 아닌 국방위원회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군부 세대교체는 주변에 젊은 인물들을 두려는 김정은의 의중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김일성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70~80대 장성 사이에 둘러싸이는 것은 김정은으로서는 불편한 일일 것이다. 물론 세대교체가 북한의 근본적 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지닌 권력의 정당성이 아버지에게서 나왔다는 점에서 김정은은 과거의 유산에 얽매여 있는 셈이다. 어쩌면 김정은은 대치적 속성을 지닌 권력을 소유하는 일을 즐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았다면 최고 지도자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유럽연합(EU)이 중국과의 관계를 활용해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한반도 문제에서 EU의 역할 전망은….

“EU 국가들이 한반도 문제에 동일한 목소리를 낸 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몇몇 국가들은 대북 관여 정책을 선호하지만 다른 국가들은 북한의 인권문제 같은 인도적 사안을 중점적으로 다루기를 원한다.

EU 국가들이 단합되는 것처럼 보일 때는 대부분 해당 정책 사안에 대한 미국의 의견과 유사한 것으로 보면 된다. 예외적으로 2000~2002년 EU의 한반도 정책이 미국과 상반되게 독립적으로 움직인 기간이 있었지만 이 역시 2002년 10월 이후 자취를 감췄다.

중국으로서는 북핵문제가 주로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 중국이 북한 문제에 고유의 국가이익을 가지고 있다는 점, 한반도 이슈에 대한 미국과 EU, 중국의 이해관계가 각기 다르다는 점에서 EU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협력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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