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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업들에 대한 검찰의 칼날, 칼집에 넣어둘 때

[칼럼] 기업들에 대한 검찰의 칼날, 칼집에 넣어둘 때

기사승인 2017. 03. 1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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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탄핵으로까지 귀결된 탄핵정국은 아직 진행형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통합을 말해야 할 때라고는 하지만 이상적인 동어반복적 발언이다. 갈등의 상처가 아물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탄핵정국이라는 정치적 태풍이 대통령의 탄핵결정으로 완전히 끝났다기보다는 대선과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대선은 정권 획득을 위한 권력투쟁의 장이 아닌가. 아마도 탄핵정국을 최대한 선거에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동기가 작용할 것이다.
  

탄핵정국은 겉으로는 정치적 문제였지만, 그 이면에는 숨죽이고 검찰, 특검 등의 강력한 수사 의지에 따라 국회 청문회에 끌려 나오고,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기업 총수들이 있었다. 대통령의 뇌물죄를 입증하기 위해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 수사했다. 그가 죄수복을 입고 포승줄에 묶인 모습이 세계 각국으로 전송되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도주 우려가 없는 사람을 함부로 구속 수사하지 않는 선진국 사람들은 이 부회장이 뇌물죄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오해했을 것이다. 이는 탄핵정국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받은 수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기업들로서는 이번 수사에 대해 할 말이 아주 많겠지만, 최대한 자제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들을 대신해서 말을 해줄 전경련과 같은 기관도 무력화된 상황이다. 섣불리 한마디 했다가 어떤 돌을 맞게 될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특검에 이어 수사를 이어받은 검찰이 재벌 총수들을 어떻게 수사할 것인지도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럴리 없겠지만 만약 검찰이 뇌물죄를 기어이 입증하겠다면서 무리하게 수사를 하겠다고 나설수록 우리 기업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입지는 좁아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금 우리 기업들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괴로움을 당하고 있다. 우리의 안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가 우리 기업들을 매우 힘들게 하고 있다. 중국의 압박을 잘 견뎌내어야 우리의 안보도 확보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기업들은 비록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의 안보를 위한 비용을 지금 지불하고 있다. 우리가 이런 우리의 대표 기업들에 응원을 해주지는 못할망정 더 힘들게 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사실 특검의 최순실 수사가 뇌물죄 입증을 위해 삼성 수사로 변질되었던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한 때 여타 재벌들은 은근히 특검의 활동기한이 연장되지 않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래야 특검에 불려나가거나 심지어 구속되어 온갖 조사를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헌법재판소는 뇌물죄라는 아직 입증하기 어려운 탄핵사유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을 탄핵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구태여 검찰이 뇌물죄 부분의 수사를 이어나갈 필요성은 크지 않다. 중국의 사드 보복, 미국의 통상 압력, 전세계적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의 필요성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을 지금 다시 불러 조사해야 하는지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경제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싫어하며, 추상같은 칼날이 과도하게 춤추는 곳도 피하려고 한다. 차기 대선에서 대통령을 꿈꾸는 후보들이 국민을 잘살게 해주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이 점을 잘 유념해줬으면 좋겠다.
 

검찰의 추상같은 칼날은 때로는 칼집에 감춰둘 때 더 위엄이 설 때도 있다. 지금이 그 때다. 출국금지, 뇌물죄 수사 등 기업들을 옥죄던 것들을 이제 거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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