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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리한’ 투표가 최선의 투표는 아니다

[칼럼] ‘영리한’ 투표가 최선의 투표는 아니다

기사승인 2017. 04. 2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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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대표적인 보수논객 두 사람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조갑제닷컴 조갑제 대표와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논설고문이 그들이다. 조갑제 대표는 비록 홍준표 후보가 '기업에게 자유를 서민에게 기회를'이라는 기치로 보수의 가치를 잘 표방하고 있지만 그가 당선될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최악인 문재인의 당선을 막기 위해 홍준표가 아니라 차악인 안철수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공을 누구보다 부르짖던 조 대표가 갑자기 이념이 바뀐 것도 아닐 것이고, 그는 문재인은 좌파지만 안철수는 '안보 면에서는 우파'라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심지어 그는 안철수와 홍준표의 연대도 가능하다고 본다.


한마디로 그는 자기의 이념에 맞는 후보를 찍자는 게 아니라 매우 영리하게 투표해서 문재인의 당선을 막자고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의 이런 주장이 유효하려면 몇 가지 전제들이 맞아야 하는데 과연 그런지 불분명하다.
 

우선 정규재 고문의 주장처럼 과연 안철수 후보를 '안보 우파'라고 볼 수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는 햇볕정책의 승계든 사드 배치든 좌파와 우파의 지지를 모두 받겠다는 것인지 애매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가 외연 확장을 위해 '안보보수 코스프레'를 한다고 볼 여지도 많이 있다. 그래서 정 고문은 문과 안은 99보 100보 차이일 뿐이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당은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의지가 더불어민주당보다 강한 사람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보수의 전략적 투표 덕분에 당선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조 대표의 예상처럼 그와 같은 국민의당이 자유한국당과 주로 협력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과도한 짝사랑이 아닐 수 없다. 누가 보더라도 민주당 내의 비문계가 주로 국민의당과 협력할 대상일 것이고 그 다음 대상도 아마도 자유한국당이 아니라 바른정당일 것이다. 그래서 안 후보의 당선으로 보수(우파)가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것이라는 조 대표의 생각에 동의하기 어렵다.
 

다른 한편 조 대표의 이런 전략적 투표의 권유는 유권자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념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매우 불확실한 전제들을 믿고서 전략적으로 행동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적 행동'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보장도 없다. 정치의 영역에서는 사람들이 영리해서 '정치적으로 현명한'(Political Correct) 선택만 한다면 오히려 개선은 불가능해지고 얼마든지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의 투표로 당락을 결정지을 확률은 '수백만 분의 일'에 불과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투표를 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 낮아도 투표를 한다. 자기에게 당장 경제적 이익을 주는 공약을 제안하는 후보가 있더라도 그런 제안의 배후에 깔린 이론을 신뢰하지 않으면 다른 후보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 사람들이 '영리하지 않게' 행동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경제적 이익만이 아니라 자신의 이론 혹은 이념에 따라 투표를 하는 것은 장려되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어떤 주식의 수익률이 높을 것인지 '투표'(구매)를 할 때, 매우 단기적으로는 많은 이들이 어느 주식을 구매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자신이 보기에 장기적으로 수익을 가져올 가치주가 어느 것인지 따지기를 포기하고 그저 남들이 장에 갈 때 따라만 가겠다고 해서는 결코 주식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
 

투표장에서 어떤 후보를 선택할지도 마찬가지다. 투표자들이 자신의 판단으로 가치주, 즉 번영을 가져올 정책들을 제시하는 후보에게 투표를 하면 그런 후보가 장기적으로 선별될 것이다. 그렇지만 인기를 누리는 후보를 고르려고 해서는 그 나라는 별로 희망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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