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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저금리 기조의 종식과 ‘알묘조장’의 고사

[칼럼] 저금리 기조의 종식과 ‘알묘조장’의 고사

기사승인 2017. 12. 0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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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부채 자체가 문제라고 하기는 어렵다. 돈을 빌리더라도 이 돈을 잘 활용해서 이자에 비해 더 큰 이윤을 올릴 수 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개도국이 부채를 지는 것 자체를 선진국에 대한 종속으로 봤던 종속이론은 이제 학계에서 거의 사라졌다. 아시아의 4룡처럼 선진국의 자본을 빌려와 경제발전에 성공한 국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개도국들의 경제발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본 부족인데 개도국들은 이를 해외자본의 도입으로 해결했지만 '경제독립'이란 명분으로 이 돈을 경제성이 없는 곳에 투입해 실패했을 뿐이다.
  

물론 비록 현재 인위적인 초저금리가 유지되고 있지만 곧 이자율이 올라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데도 기업과 가계가 계속 부채를 늘리고 있다면 이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이자율이 오르고 저이자율로 지탱되던 거품이 터져서 많은 가계와 기업들이 부채를 갚지 못해 파산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를 빌려준 은행들까지 파산 위험에 직면할 것이고 경제는 순식간에 심각한 위기로 비화할 것은 불 보듯 확실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0.25% 인상해서 약 6년간 이어져온 저금리 기조의 종식을 알렸다. 이는 이런 경제상황의 악화 가능성을 차단하는 의미가 있다. 사실 0.25% 인상은 현재의 초저금리를 정상화했다기보다는 단계적인 인상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정도 인상으로도 가계부채 수준이 1400조원으로 워낙 크다보니 연간 이자부담만 2조300억원 증가한다. 한계기업들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더해 금리인상까지 겹쳐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그래서 구태여 이 시점에 한은이 금리를 올려야 했는지, 정말 그게 우리 경제에 바람직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자율 인상이 경제문제의 주범인양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자율의 인상이 아니라 오히려 계속 유지될 수 없는 초저금리가 문제의 뿌리였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앞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싼 이자에 익숙해진 체질을 개선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사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자율 인하를 요구하고 적어도 기존의 저이자율을 유지할 것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단기적 경기부양을 위해, 기업이나 가계는 빌린 돈의 부담을 줄이거나 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했다. 이런 주문을 할 때 그런 초저금리 정책의 부정적 효과는 안중에 없었다. 얼마 전 빚 탕감이 있었지만 이것도 주기적 행사가 되면 위험한 빚내기를 권유하는 격이 된다.
 

그런데 초저이자율이 초래하는 문제는 곧 현실화된다. 마치 알묘조장의 고사처럼 많은 정부가 이자율을 인위적으로 인하하거나 초저이자율을 유지해서 기업이나 가계로 하여금 돈을 쓰게 함으로써 경제를 활성화시키고자 한다. 그렇지만 바로 그 과정에서 부실한 사업들이 도모되어 좀비기업이 탄생한다. 그 사실은 감춰진 채 호황의 외양이 유지되지만 멀지 않아 불가피하게 이자율이 인상되는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 닥친다. 모가 빨리 자라라고 억지로 잡아당긴 결과 바람이 불자 그 모들이 모두 쓰러져 화를 자초했음이 드러난다.
 

사정이 이렇지만 대개 금리 인하는 환영을 받고 금리 인상은 비난을 받는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수차례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후 인상 폭도 최저수준으로 했다. 이는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금리인상에 적응할 여력과 시간을 주기 위해서겠지만, 이런 비난을 피하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금리인상에 따라 겪을 고통에 직면해서 우리는 금리인상 조치를 비난하기보다는 먼저 인위적으로 싼 이자에 기대려는 얕은 꾀가 문제의 원천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야 비슷한 사태의 주기적 반복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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