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칼럼] 유치원 국공립화에 따른 문제점도 살펴야

[칼럼] 유치원 국공립화에 따른 문제점도 살펴야

기사승인 2018. 10. 29. 18:2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김이석
논설심의실장
지금 소위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를 두고 시끄러운 가운데 정부는 사립유치원을 줄이고 국·공립 유치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유치원 교육을 개편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이런 방향의 변화를 환영하고 있다. 학부모들로서는 국공립 유치원의 경우 원아 1인당 1만~2만원만 내면 되지만 사립유치원의 경우 평균 24만원을 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립유치원들이 대부분 ‘비리’를 저질렀는지부터 논란거리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세금을 지원하고 있으므로 그 지원금을 유아교육이 아닌 곳에 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학부모들에게 ‘아이행복카드’를 줘서 학부모가 개인 돈과 함께 사립유치원에 지불케 하고 있으므로 정부가 지원한 대상은 사립유치원이 아니라 학부모다. 따라서 유치원이 그 돈을 어떻게 사용하든 ‘비리’를 저지른 게 아니라는 게 사법부의 판단이었다고 한다.

정부가 ‘아이행복카드’를 폐지하고 이를 현행 사립중고등학교에 대해 직접 보조금을 주듯이 지원방식을 바꾸면, 정부가 사립유치원의 보조금 사용에 대해 규제를 가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그렇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게 사법부의 판단을 연장해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아무튼 유치원을 국공립 중심으로 대체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국공립 유치원의 비용이 한 달에 1만~2만원에 그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추계(김정호 전 연세대 교수)에 의하면 현재 사립유치원 원아 1인당 학비는 53만원이지만 국공립유치원의 경우에는 114만원이 든다고 한다. 국공립의 경우 원아 1인당 학부모 부담은 1만~2만원으로 거의 무상에 가깝지만 경상경비가 97만~98만원이 들 뿐만 아니라 시설 자본비용 15만원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사립유치원의 약 2배라고 한다. 국공립유치원의 경상경비가 이처럼 큰 이유는 더 많은 전문 인력들이 근무하고 있고 시설 건설에 많은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공립유치원으로 대체하면 전체적으로 현재에 비해 약 2배 가까이 더 많은 돈이 들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유치원에 보낼 유아를 둔 학부모들로서는 거의 무상에 가깝기 때문에 거의 돈이 들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를 위해 들어가는 세금까지 고려하면 경제적으로 볼 때는 커다란 낭비적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

이렇게 114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데 비해 내는 돈은 1만~2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연히 아이를 국공립유치원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은 미어터지는 데 비해 공급은 정말 한정되어 있다. 그 결과 국공립유치원에 들어가기는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만큼 어려운 로또가 되고 있다. 이런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은 유아를 둔 부모, 그렇지 않은 부모, 또 국공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와 그렇지 못해서 사립에 보내는 부모 사이의 형평성 문제까지도 제기한다.

이런 형평성 문제 이외에도 유권자들에게 무상복지 정책을 경쟁적으로 제공할 때 발생하는 소위 복지 포퓰리즘의 문제도 내재되어 있다. 다만 최근 출산율 저하에 따라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또 다른 사회문제로 제기됨에 따라 다른 유형의 포퓰리즘에 비해 그 폐해에 대한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오고 있을 뿐이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