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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통계의 ‘과학적 외양과 진실’ : ‘최저임금’ 연구사례

[칼럼] 통계의 ‘과학적 외양과 진실’ : ‘최저임금’ 연구사례

기사승인 2019. 04. 15.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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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세세한 것들에 엄청나게 공을 들여 정확성을 기하더라도 큰 줄기에서 실수를 하면 그 결과는 진실과 동떨어진 것이 될 수 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최근 읽었던 겔레스(Gelles)의 글(Good Statistics, and Bad)은 최저임금과 관련된 설문조사 연구에서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저임금 문제는 우리나라의 현안이기에 도대체 어떤 실수가 있었다는 것인지 그 핵심 논점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1994년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의 데이비드 카드·앨런 크루거 교수는 ‘최저임금법이 고용을 줄인다’는 경제학의 통념과 배치되는 설문조사 연구를 발표했다. 이 두 교수의 실증 연구는 우리나라 언론에도 소개됐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1992년 4월 1일 뉴저지주는 최저임금을 시급 4.25달러에서 5.05달러로 18.8%나 인상했다. 당시 인근 펜실베이니아주는 최저임금에 변화가 없었다. 두 교수는 뉴저지와 펜실베이니아 주의 410개 패스트푸드 식당들을 서베이했다. 최저임금법이 고용에 준 충격을 평가하기 위해서였다.

이와 함께 그들은 뉴저지주의 식당들을 이미 5달러 이상 임금을 줘서 최저임금법의 영향에서 벗어난 식당들과 낮은 임금을 주던 식당들로 나눠서 비교했다. 그들은 “최저임금의 인상이 고용을 줄인다는 아무런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두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을 전후해 동일한 고용주가 고용에 관해 어떤 변화를 했는지 확인하고자 했는데 도대체 어떤 큰 실수를 범했다는 것일까? 《기본경제학》(Basic Economics)란 저서로 저명한 토마스 소웰(Thomas Sowell)은 최근의 저서 《차별과 불평등》(Discrimination and Disparities)에서 이 두 교수의 설문조사가 “생존자들만 대상으로 삼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업을 중단한 사람들은 이 설문조사의 대상인 최저임금 인상 전후의 동일한 사업자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생존자들이 고용을 줄이지 않았더라도 이들의 조사방법으로는 사라진 일자리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겔레스는 이런 조사방식의 맹점을 러시안 룰렛에 비유한다. 러시안 룰렛은 권총에 총알을 한발만 장전해서 각자가 돌아가면서 한 차례씩 격발하는 끔찍한 도박이다.

그런데 러시안 룰렛 이후에도 생존한 자들만 설문조사해서 피해를 본 사람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 전인 1940년과 종전 후인 1946년 생존한 퇴역군인들만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서 “생명을 잃은 병사는 없다”고 한다면 얼마나 황당하겠느냐는 것이다.

사실 ‘진실’을 찾기 위한 여정에서 경제학자들이 실수를 할 수도 있고 그 실수가 다른 경제학자들에 의해 수정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정치 및 여타 집단들이 그런 실수가 바로잡힐 동안 조용히 지켜보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이런 실수를 ‘이용’하기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과학적 외양’을 지닌 통계가 주는 위압감으로부터 벗어나 큰 줄기에서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쩌면 토머스 소웰의 《차별과 불평등》과 같은 저서나 그 의미를 알려주는 글들을 가까이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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