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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스크 ‘독점’ 유통을 둘러싼 ‘특혜’ 논란의 뿌리

[칼럼] 마스크 ‘독점’ 유통을 둘러싼 ‘특혜’ 논란의 뿌리

기사승인 2020. 03. 2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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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정부가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하면서 마스크 배급을 하는 데 있어 ‘지오영’ 등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는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기재부가 나서서 “지오영이 1인 2매씩 마스크 재포장을 하는데 여기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높은 이윤율을 누리는 게 아니다. 따라서 특혜가 아니다”라고 해명을 했지만, 실제로는 일선 약국에서 재분류, 재포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키웠다.

최근에는 지오영이 정부의 긴급수급조정 조치를 어기고 마스크 60만장을 신고를 하지 않고 거래를 한 것으로 파악돼 경찰조사를 받고 고발조치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국군 장병을 지오영에 파견한 것을 두고 민간 기업이 왜 세금으로 운영되는 군의 무상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논란이 뜨거운 이유는 우선, 정부가 지오영과 백제약품에 마스크 ‘독점’ 공급권을 주는 것에 대해 여타 의약품 유통업체들이 ‘정의롭지 않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의약품 유통업체들은, 이런 독점적 공급권 덕분에 마스크 같은 의약부외품의 경우 구입가 대비 판매가의 마진이 10%가 보통인데 지오영의 경우 900원에 사서 1100원에 팔았다면 22%의 마진인 데다 그것도 무조건 완판이어서 땅 짚고 헤엄치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지오영이 실제로 얼마의 수익을 누리는지가 아니라 정부가 특정 업체에게 이런 식으로 ‘독점권’을 부여해줘서 수익을 보장하는 것 자체가 시장의 경쟁질서에 위배되기 때문에 정의롭지 않다는 강력한 인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사실 대중의 마음속에 ‘사악한 독점’이란 생각이 싹튼 것도 이런 특권의 부여 때문이었다. 17세기의 위대한 법률가 코크 경(Lord Coke)은 독점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독점은 왕에 의해, 그의 양도(grant), 직권(commission), 혹은 여타의 방법으로, 어떤 사람들, 정치적 혹은 사업적 단체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구매, 판매, 제조, 근로, 혹은 사용을 가능케 하는 제도 혹은 허용이다. 이로 인해… 다른 정치적 혹은 사업적 단체들은 종전에 누렸던 자유가 제약되거나 합법적 자유 교환에서 방해를 받는다.”(로스바드, 《인간 경제 국가》 822)

사실 공정거래위원회를 두고 시장의 ‘경쟁’ 질서를 보호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문제는 기업들이 아니라 왕이나 정부가 경쟁 질서를 깰 때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일반 사람들은 왕 혹은 정부가 특정인 혹은 특정 법인에게 이런 독점적 권한을 부여할 때 그들의 생필품 가격들이 치솟는 등 생활이 더 어렵게 된다는 것을 잘 체득해왔기 때문에 독점에 대한 반발은 거세다. ‘지오영’에 대한 특혜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도 이런 뿌리를 가지고 있다.

정부도 평소 반드시 지켜야한다고 여기는 절차나 원칙도 ‘위기’ 시에는 별 경각심 없이 어겨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는 두 가지 점에서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우선 그런 절차나 원칙을 어긴다고 해서 반드시 더 효과적으로 위기를 넘을 수 있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위기’가 지나고 난 다음에도 그런 식으로 원칙을 어겨도 무방한 것처럼 여기는 일종의 경로의존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독립전쟁 때 ‘위기’라는 이유로 조지 워싱턴 장군은 명령을 통해 식량 등을 비롯한 전쟁 물자를 시중가격보다 아주 싸게 더 많이 구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시민들이 식량을 더 내놓지 않아서 군인들이 굶주리게 되자, 더 이상 그런 명령에 의존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위기라고 해서 반드시 강제와 명령, 그리고 특권의 부여가 최선의 해결책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위기’라고 하더라도 지켜야 할 원리는 최대한 보호하면서 대응하는 게 원칙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지오영’과 관련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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