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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시정치》가 윤석열 정부에 주는 의미

[칼럼] 《미시정치》가 윤석열 정부에 주는 의미

기사승인 2022. 12. 1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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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10여 년 전인 2012년 애덤 스미스 연구소 소장 매슨 피리(Madsen Pirie)가 쓴 《미시정치》(Micropolitics)를 필자도 속해있던 젊은 하이에크 연구자들의 모임에서 완역했었다. 이 책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 책이 '자유 시장' 경제를 강조하면서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는 정책을 만드는 데 참고할 좋은 지침이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캄캄한 밤중의 등불인 올바른 이론이 주변의 어둠을 몰아내듯이 "진실은 스스로를 밝힌다"고 믿으면서 이론의 규명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를 넘어 현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혁하려고 하는 경우에는 또 다른 지혜가 필요하다. 물리학이나 화학 이론에 더해 공학적 지식이 더해져야 실생활에 유용한 도구가 만들어질 수 있듯이 말이다.

국가주도의 간섭주의 경제체제는 자유 시장 체제에 비해 세금은 많이 들어가면서도 국민 개개인의 필요를 잘 만족시켜 주지 못한다. 이 사실을 확신하더라도, '1인 1표'의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 현존하는 체제를 더 시장중심적인 체제로 성공적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논리적 정확성으로 사람들을 설득하는 이론적 작업과는 또 다른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더구나 국가가 제공하는 혜택에 길들여져 있고 이를 권리로 여기는 사람들이 이미 존재한다. 이들은 그런 개혁에 저항한다. 이에 더해 국민은 국가가 제공하는 혜택의 증감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그것이 결국은 자신들의 왼쪽 호주머니에서 가져간 세금을 오른쪽 호주머니에 넣어주는 데 불과하다는 것을 잘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주도의 경제로 변혁해 가는 것은 단순한 논리적 설득의 문제가 아니라, 세심한 정치적 계산에 의해 고안된 '거래'를 통해 성취될 수 있다. 이것이 《미시정치》의 핵심 메시지이다.

영국의 히스 수상,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모두 작은 정부와 시장경제를 내세우며 국민들의 기대 속에 당선되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에 비해 영국의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은, 정부의 규모를 줄이는 데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자유시장 정책들을 성공적으로 실천할 수 있었다. 《미시정치》의 저자 피리는 그 차이가 미시정치를 감안했는지 여부였다고 본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가 방만한 경영으로 막대한 재정적자를 만들어내던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민영화의 아이디어를 세계 각국에 수출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민영화 성공의 중요한 요소 하나가 노동자 세력의 지지였다"는 것은 별로 잘 인식되지 않고 있다. '철의 여인'이란 별명처럼 대처가 '민영화' 원칙을 강하게 밀어붙이기만 한 게 아니라, 근무하던 탄광이 폐쇄될 예정인 광부들에게 이주비 지원과 다른 탄광으로의 재배치를 제안했다.

국내산 석탄가격이 톤당 45~50파운드인데 수입석탄은 운송비를 포함해도 25~30파운드에 불과해서 영국의 모든 탄광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광부들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직업을 상실하기보다는 이주를 지원받고 다른 탄광에서 직업을 얻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광부들이 대처의 제안을 수용했다. 그렇게 만든 데 히스와 달리 대처가 성공한 비결이 숨어있다. 그 외 특히 민영화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주식을 획득할 길을 열어준 것이 민영화 성공의 비결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노조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에 나서고 있다. 이런 시도도 노조 지도부의 활동을 제대로 알 길이 없는 노조원들이 지지할 만한 행보라는 점에서 《미시정치》의 교훈과 부합한다. 아무쪼록 윤석열 정부가 《미시정치》의 교훈을 잘 활용해서 히스와 닉슨의 실패의 길이 아니라 대처와 레이건의 성공의 길을 걸어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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