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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칼럼] 2020 여름, 부동산 ‘유감(遺憾)’

[장용동 칼럼] 2020 여름, 부동산 ‘유감(遺憾)’

기사승인 2020. 08.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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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대기자1
2020년 여름은 코로나19 불안 외에 길고 긴 장마와 쏟아 붓는 집중호우, 날려 버릴 것 같은 태풍 등 잇단 자연 재해로 그야말로 공포의 시간이다. 휴가조차 마음 놓고 편하게 쉬지 못하고 속을 졸이는 불안의 연속이다. 여기에 더 덥게 만드는 게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책이자 태도다. 무려 23번의 정책을 내놓고도 집값 불길을 잡지 못한 확연한 정책 실패임에도 대국민 사과나 책임자 문책은커녕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면서 책임을 돌린다. 국정 책임자인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들이 ‘국민 다수가 정책을 지지한다느니, 8월 집값 안정세가 확인되고 있다’라는 말을 거침없이 던지고 있다.

반성이 없으니 자연히 정책은 고고다. 몰아붙이고 옥죄면 된다는 식이다. 과연 그럴까. 부동산 시장이 연속된 자연 재해와 계절적 요인으로 휴지기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기대심리가 팽배하고 새로운 대체 투자처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주택가격통계중 가장 역사가 깊은 KB국민은행 주택가격 조사결과를 보면 8월 서울 주택매매가는 한 달 전보다 1.5%가 올랐다. 7월 1.45%보다 상승률이 더 커진 것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어 갭(gap)투자가 불가한 강남, 송파 등지에서 한 달 사이에 1억원 오른 신고가 아파트가 줄을 잇고 있다.

지방 비규제지역도 난리다.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청약경쟁률이 최고치에 달하는 단지가 나오고 일부지역에서는 계약된 아파트의 300건 이상이 전매되는 투기판이 연출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가을철 거래 성수기의 시장 불안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매매가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전월세시장의 경우 한쪽만 보고 성급히 개정한 임대차 3법의 부작용까지 더해져 시장혼란이 극에 달할 것이다.

자산시장은 그 속성상 규제로 길이 막히면 우회 개척로를 확보하는 속성이 있다. 최근 오피스텔, 상가 등 대체 투자시장이 불붙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오피스텔의 경우 아파트 대체 도심형 상품으로 분양가나 매매가가 주택에 비해 저렴하고 규제가 비교적 적어 임대목적 투자자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도심 임대수요가 풍부하고 월세 등 임대수익이 5%대를 넘나들면서 짭짤한 게 매력이다. 최근 2~3년 주택가격이 크게 오르자 고정 자산가치 상승 면에서 다소 후순위로 밀렸으나 정부의 고강도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 탈출구로 인식되면서 상반기 거래량이 지난해 동기보다 27.7%정도 늘어난 1만8409건에 달할 정도다.

상가시장도 마찬가지다. 상반기 중 4175건이 거래되어 지난해에 비해 6.7%정도 감소했지만 서울 비롯해 경기, 인천, 대전 등지의 인구밀집지역, 주상복합 상가를 중심으로 바닥 탈출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투자 타이밍이라는 인식아래 경매 참여자가 크게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동산 시장은 안정이라기보다 여전히 정부 고강도 규제 여파와 환경 변화에 따라 부동산 상품 유형과 지역에 따라 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의 해법은 철저하게 현실적인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단순 주택만의 문제가 아니다. 불쑥 행정수도 이전 거론여파에서 보듯이 정치적 셈법을 가지고 출발한다면 혼란만 가중될 뿐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두더지 잡기식이 되는 데다 뒷북일 수밖에 없고 부작용만 심각해진다.

우선 시장을 인정해야 한다. 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시장은 컨트롤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시장을 원천적으로 지배할 수는 없다. 서울 재건축을 우선적으로 풀어 수급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게 필요하다. 물론 불로소득과 투기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재생을 방치한 채 새로운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것 자체가 글로벌 도시 재생의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 또 재건축을 통한 주거 수준의 향상, 도시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시장과 싸우면 국민 모두가 피곤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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