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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칼럼] 비겁한 평화보다 당당한 평화를

[전인범 칼럼] 비겁한 평화보다 당당한 평화를

기사승인 2022. 03. 0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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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특전사령관
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현 특수·지상작전 연구회 고문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전 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지난 2월 24일 새벽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었다. 전쟁 징후가 농후했음에도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그 전날까지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또한 전문가들도 러시아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아서 푸틴이 전쟁을 시작하리라고는 판단하지 않았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한 NATO가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푸틴에게 NATO의 군사적 개입이 없을 것이란 안심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침공은 일어나고 말았다.

NATO와 EU는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전략정보의 제공은 물론 대전차 유도탄과 대공 유도탄 등 무기를 제공하고 있어 군사적 개입은 기정사실이다. 게다가 전쟁이 장기화됨으로써 오판과 실수에 의한 확전은 물론 자칫 핵전쟁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로 전 세계가 고통받게 된 것은 물론 독일이 재무장 수준의 군사력 증강을 선언하는 등 유럽의 정치적 지각 변동이 어디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한편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전략무기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금년까지 아홉 차례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무기시험을 병행하는 것은 물론 실전 운용성을 검증하고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은 향후 수년간 군사전문가들의 연구대상이 될 것이다. 러시아와 같이 군사적 저력을 가진 나라가 어째서 4000만 인구의 우크라이나를 신속하게 굴복시키지 못하는 것일까? 대규모 화력전과 특수목적 부대를 통한 주요거점 확보 그리고 드론과 사이버전으로 단방에 우크라이나를 마비시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10일 동안 미사일을 480발 쐈는데 러시아의 역량이 이것밖에 안 되나? 이런 의문들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질문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선전하는 데에는 러시아군의 부족한 전쟁 수행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국민의 애국심과 전쟁의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우크라이나인들의 이런 모습이 EU와 NATO가 이들을 지원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전쟁이 어처구니없이 일어나고 한번 일어나면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21세기에도 독재자의 야망이나 그릇된 생각으로 전쟁이 일어나고 한반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안보의 중요성을 마음 깊이 새겨야 한다.

의지가 제일 중요하지만 마음만 갖고 나라의 안보를 지킬 수는 없다. 우선 한·미동맹을 공고히 해야 한다. 미국이 원하는 대로 무조건 하는 게 아니라 미국과 우리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양보하고 자국 국민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그다음은 군사력을 키우는 것이다. 러시아의 국방비가 65조원 정도이며 이 돈으로 100만명의 군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50조원으로 60만명을 유지하고 있어 국방비가 결코 적은 게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고가의 장비 위주로 무장하고 있어 기초적인 개인장비 중 화력에 있어서는 북한만도 못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첨단장비 위주다보니 보급과 정비, 의무와 탄약 그리고 통신 등 아주 기본적인 장비가 소홀하다는 것이다. 총과 탄약만 있으면 아무리 큰 나라가 쳐들어와도 우리 국민은 고향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있는 한 전쟁이 쉽게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미군에게 우리의 안보를 영원히 맡길 수 없다. 또한 미군의 도움을 받을지언정 우리 대신 싸워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특히 주변국의 눈치를 보며 사는 것은 결국 노예가 되는 것이다. 먹고사는 경제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운명을 결정짓는 자유가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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