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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빈 칼럼] ‘평창의 기회’ 대북특사단과 한반도 평화 제언

[홍석빈 칼럼] ‘평창의 기회’ 대북특사단과 한반도 평화 제언

기사승인 2018. 03. 0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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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특별사절단, 5일 오후 방북행
북한과 미중일러 설득, 동의 필수
각국 국익 정확히 파악, 상황 대비
각국 협상 인적네트워크 서둘러 구비
홍석빈 교수 최종 증명 사진
홍석빈 우석대 행정학·정책학 교수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급속하게 해빙무드다. 청와대는 ‘대통령은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로 보고 있다. 불면 날아갈까 그런 상태다’라는 말로 천재일우의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이 5일 오후 북한으로 들어간다.

관련국들 간 이해관계는 얽히고 설켜 있다. 현 정세는 비록 역사·지리적 환경과 정치적 조건은 다르지만 6자회담국 간 복잡한 역학 관계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점에서 과거 나폴레옹 전쟁 전후 유럽 상황과 비슷하다.

19세기 초 유럽은 영국, 프랑스, 러시아, 오스트리아, 프러시아 5대 강국이 병존하면서 공동 지배해야 된다는 세력균형(balance of power) 원칙 속에 운영되는 세상이었다.

어느 한 국가도 다른 국가들을 제패할 만큼 강대해져서는 안 되며 균형을 깨려는 국가에 대해서는 나머지 국가들이 연합해 견제함으로써 질서를 유지하는 방식이었다. 마치 한·미·일 대(對) 북·중·러 대립구도 속에서 한 치의 현상변화도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한반도 상황과 유사했다.

과거 유럽제패의 야심을 품은 나폴레옹은 200년 가까이 지속돼 온 유럽협조체제(concert of europe)의 파괴자였다. 현 동북아시아에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현상을 타파하려 하고 있다.

나폴레옹 전쟁에서 연합국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산업혁명으로 축적된 영국의 돈줄과 우수한 해군력, 그리고 나폴레옹의 ‘위대한 군대(la grande armee)’를 육상에서 격파한 러시아 코작 기병 덕이었다.

이 전쟁에서 군사력과 자원을 시의적절하고 유효하게 동원할 수 있게 열강들 간 이해관계를 조율해 낸 인물이 바로 오스트리아 재상 클레멘스 메테르니히이다. 그는 나폴레옹이 러시아로 진격하기 3년 전 36살의 나이에 외무상이 돼 세밀한 세력균형 조율외교를 30년 간 실행했다. 메테르니히 조정외교의 백미는 전후처리를 위한 비엔나회의 의장을 맡아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유럽에 평화를 재정착 시켰다.

평창에서 가까스로 ‘운전석’에 앉은 문재인정부 앞에 북한과 4대 열강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적지에 도달해야 하는 지난한 여정이 놓여 있다. 숱한 돌발변수들이 나올 것이고 위기대처와 협상관리 능력이 시험받을 것이다. 메테르니히 외교에서 길을 찾을 수 있다.

메테르니히는 군주들에게 유럽협조체제가 추구하는 목적과 가치가 그들의 이익에 부합함을 집요하게 설득해 동의를 얻어냈다. 또 다층적인 주체들을 참여시킨 각종 조약, 협정, 회의 등을 통해 갈등을 조율하고 이익을 보장해줌으로써 신망을 얻었다. 협상장에서 분출되는 요구와 불만은 상대가 처한 입장과 기질적 특성에 따라 노련하게 관리함으로써 전체 상황을 주도해 나가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향후 전개될 협상에서 첫째, 메테르니히가 세력균형을 통한 평화유지가 모두에게 이익이 됨을 설득해 지지를 얻어냈듯 한국 정부도 북한과 4대 열강을 상대로 한반도 비핵화가 역내 평화유지와 모두에게 이익이 됨을 설득해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둘째, 각국의 국익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기초로 충돌하는 이익 간 비교형량을 시뮬레이션 해 향후 벌어질 상황변화에 대비한 협상카드들을 다양하게 준비해야 한다. 청와대,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유관조직들이 보유 중인 관련 정보를 제 때에 공유하고 필요한 대응전략을 신속히 수립할 수 있도록 상시대비체계를 미리 갖춰놔야 한다.

셋째, 각국 협상가들에 대한 정확한 배경과 성향을 파악하고 필요 땐 이들을 설득하고 견인해 낼 인적 네트워크도 서둘러 구비해야 한다. 메테르니히는 영국의 캐슬레이, 프랑스의 탈레이랑,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1세, 프러시아의 하르덴베르크 외 각국 전권대사들의 참모들, 각 지역의 유력 귀족들에 이르기까지 전권대표급만 해도 86명에 이르는 협상가들을 상대해 냈다.

현 정부 외교안보팀과 4대 열강 대사에 북핵 협상이나 4강 외교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들이 많은 만큼 경험 있는 협상가들이 적절히 운용될 수 있도록 인재풀을 확대할 필요가 절실하다. 수면 아래의 인적 네트워크에는 각 계는 물론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유효한 인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이제 소설은 끝나고 우리는 역사로 들어간다.” 세력균형을 함께 주도했던 알렉산더 1세의 사망소식을 접한 메테르니히가 한 말이다. 황제는 이상주의자였고 메테르니히는 현실주의자였다. 냉전체제 와해 후 어언 30여 년이다. 마지막 냉전의 땅 한반도는 ‘대결의 소설’을 끝내고 ‘평화의 역사’로 들어가야 한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 외부 필진 칼럼은 아시아투데이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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