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강성학 칼럼] 동맹관리는 국가생존과 번영의 필수과목이다

[강성학 칼럼] 동맹관리는 국가생존과 번영의 필수과목이다

기사승인 2019. 11. 25. 18:5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인터뷰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어느 국가든 살벌한 국제정치의 파도 속에서 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국의 강력한 군사력의 구비는 물론이고 그것만으로 부족할 경우 타국과 동맹을 체결한다. 따라서 그 동맹은 소중한 정원을 가꾸듯 정성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우리의 소중한 한미동맹이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독일민족 통일국가를 세운 오토 폰 비스마르크(Otto von Bismarck) 재상은 국가 간 동맹을 ‘말과 기수’의 관계에 비유했다. 세상의 모든 동맹관계는 불평등한 것으로 시니어 파트너(senior partner)와 주니어 파트너(junior partner)로 이루어진다. 기수가 말고삐를 단단히 거머쥐고 있어야 하듯이 시니어 파트너 국가는 주니어 파트너 국가가 멋대로 행동하지 않도록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어디로 갈지의 중대한 결정은 반드시 기수가 해야 한다.

탁월한 전략가인 비스마르크를 실각시키고 국민의 인기에 굶주린 독일 카이저가 동맹국인 주니어 파트너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지원요구에 백지위임장을 주면서 독일제국과 자신의 왕가를 멸망시킨 제1차 세계대전이 발생했다. 카이저의 이 외교적 행위는 세계외교사에서 가장 어리석은 외교적 실수로 공인되었다. 비스마르크의 정책을 뒤집는 외교적 혁명의 시도가 외교적 반역으로 귀결되고 만 것이다.

일본은 청일전쟁에서 일방적 승리를 거두었지만 러시아·독일 그리고 프랑스가 개입하면서 장병들의 피의 대가로 쟁취한 전리품인 요동반도를 동아시아의 평화유지란 명분 아래 토해냈다. 그리고 일본은 이런 국가적 굴욕은 동맹국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통감하고 1902년 영일동맹을 체결한다. 그리고 1904년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빛나는 승리를 거두어 일약 세계적 강대국 지위를 인정받게 된다.

그 후 일본은 영일동맹을 토대로 강력한 대일본제국을 건설하였다. 이러한 일본의 군사강국화가 영국과의 동맹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크게 염려한 미국의 주도로 1922년 샌프란시스코 집단조약체제(4개국조약 및 5개국조약)의 수립으로 영일동맹이 해체된다.

그러자 일본은 유라시라 대륙국인 독일과 동맹을 맺음으로써 영-미의 해양세력과 적대관계로 돌입하여 결국 제2차 세계대전에서 비참한 패망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친(親)해양세력에서 친(親)유라시아 대륙세력으로 전환한 일본의 외교적 혁명은 결국 자멸의 길을 스스로 택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윈스턴 처칠의 영국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초기에 시니어 파트너 역할을 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미국의 전쟁에 대한 기여와 미군의 참전이 영국을 압도하자 1943년 말 테헤란 회담에서부터 플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미국이 시니어 파트너 역할을 수행했다. 처칠은 안타깝지만 영미동맹의 절대적 중요성을 고려하여 주니어 파트너 역할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는 두 번째 수상직을 사임하면서 “결코 미국인들과 헤어지지 말라”고 정책적 권고를 했다. 그 후 영국은 강대국이었지만 미국과의 동맹을 관리하는데 정성을 다했다.

이런 역사적 교훈에서 알 수 있듯이 동맹의 관리에 국가의 생존과 번영이 달려있다. 한미동맹에서 한국은 분명히 주니어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더구나 강대국도 아니다. 한국의 경제력이 아무리 세계 10위권을 자랑해도 한국은 독자적으로 장기적 전쟁을 수행할 수 없기에 결코 강대국가가 될 수 없다. 더구나 우리에겐 빛나는 승전의 역사가 없기에 타국들이 한국을 결코 강대국으로 대접하지도 않는다.

이런 처지의 한국이 그래도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행세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라는 사실 덕택이다. 이런 엄연한 사실을 망각하거나 억지로 부인하는 한국의 외교정책은 스스로 자멸의 길을 택하는 것이라고 말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글자 그대로 세계 최강의 유일 초강대국이다. 미국과의 동맹은 미국을 제외한 세계의 모든 국가들과의 동맹보다도 더 강력한 동맹이다. 왜냐하면 순전히 군사력으로만 말한다면 미국은 전세계를 상대로 전쟁할 수 있고 승리할 수 있는 지상의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런 국가와의 동맹은 참으로 이승만 대통령의 탁월한 리더십의 결과이며 역사적 행운이었다.

이러한 행운의 동맹을 대영제국의 처칠 수상처럼 겸손하게 정성을 다하여 관리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외교적 혁명의 헛된 망상에서 사로잡혀 있다면 한국도 앞서 지적한 비극적인 역사적 사례들처럼 스스로 멸망의 비탈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만일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해체하고 중국과의 동맹을 선언한다면 한국은 세계최강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의 제1차적인 군사적 목표물이 되고 말 것이다. 그게 어디 한국인들이 일순간 꿈속에서라도 상상할 길이겠는가?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