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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미국의 화웨이 금지와 압박

[이효성 칼럼] 미국의 화웨이 금지와 압박

기사승인 2020. 08.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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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자문위원장, 전 방송통신위원장
"스파이 칩·백도어로 통신 훔진다' 경계심 고조
미국, 강한 압박과 '반(反)화웨이 전선' 참여 주목
SKT·KT, 화웨이 안 쓰고…미국, LG유플러스 압박
이효성 자문위원장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자문위원장
미국과 중국 갈등의 최전선에 중 통신회사 화웨이(Huawei)가 있다. 2012년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안보를 이유로 미 업체들이 화웨이 장비를 구입하지 못하도록 촉구했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는 안보와 경제를 이유로 5세대 이동통신(5G)에서 미국이 중국에 우위를 점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 5G를 국유화해야 한다는 문서가 작성됐다.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에 따라 상무부는 산업안전국 금지 목록에 화웨이를 추가함으로써 화웨이가 미국 기술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급기야 올해 6월 미 국방부는 화웨이를 포함한 20개 업체를 인민해방군이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기업으로 지정했다. 지난 7월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화웨이와 거래하는 전 세계 통신사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예고했다.

또 미국은 우방국에도 화웨이의 5G 장비를 쓰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미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일본, 인디아, 덴마크, 스웨덴, 폴란드, 체코,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은 쓰지 않기로 했다. 최근에는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은 1년 전 한국에도 이런 요구를 했었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이에 개입하지 않고 통신사가 알아서 대처하도록 한 결과 SKT와 KT는 화웨이 장비를 일절 쓰지 않았다. LG유플러스는 미국의 외교와 군사 관련 시설이 없는 지역에서는 사용해 오고 있다. 그러자 지난 7월 ‘심각한 안보 사안’이라며 LG유플러스를 콕 집어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하라고 재차 압박했다.

SKT·KT 화웨이 안 쓰고…LG유플러스 압박

화웨이는 그동안 중국정부의 대폭적인 후원과 막대한 연구개발비 투입으로 통신 기술, 특히 5G에서 세계 일류 기업이 됐다. 화웨이의 5G 장비는 기술력과 가격에서 뛰어나 당장의 경제성과 효율성 측면에서는 쓰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통신장비에는 안보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스파이 칩이나 백도어를 통해 통신 내용을 훔칠 수 있다.

미국이 화웨이 장비를 금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화웨이는 자신의 제품에 보안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해 왔다. 또 화웨이 제품이 스파이 칩이나 백도어 논란을 일으키긴 했지만 아직까지 정보 수집이나 감시에 사용됐다는 결정적인 증거도 없다.

하지만 화웨이의 태생과 행태는 서방 세계의 의구심을 사고 있다. 우선 화웨이(華爲)라는 회사명이 중화유위(中華有爲)에서 따온 말로 중화민족을 위한다는 뜻이다. 설립자 런정페이가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이며 창업 초기에 인민군 납품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화웨이는 중국정부의 많은 지원금을 받아왔다.

무엇보다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전체주의 국가인 데다 국내법이 자국정부의 기밀 수집에 있어서 중국정부의 요구에 따르도록 돼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화웨이는 분명하게 해명한 적이 없다. 게다가 2009년 이란의 반정부 시위 때 화웨이가 시위대에 대한 감시 장비를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압박과 ‘반(反)화웨이 전선’ 참여

2013년 화웨이 직원 2명이 미국 통신회사 티모바일의 실험실에서 특정 기술을 탈취한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2018년에는 폴란드가 화웨이의 한 직원을 스파이 행위 혐의로 체포하고 유럽연합(EU)과 나토가 화웨이에 공동으로 대처할 것을 요구했다.

더구나 홍콩 보안법 제정과 코로나19 초기 대응, 첨단·군사 기술의 해킹과 스파이 행위,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과 다수 국가들과의 국경 분쟁,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인권 침해 등과 같은 중국정부의 행동들은 서방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을 더욱더 경계하게 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최근 한 연설에서 ‘중국을 개방시켜 프랑켄슈타인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고 우려했던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지금 그런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는 미국의 강한 압박과 함께 이런 이유들로 인해 앞으로 더 많은 서방국가들이 ‘반(反)화웨이 전선’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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