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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한국 문화가 각광받는 까닭

[이효성 칼럼] 한국 문화가 각광받는 까닭

기사승인 2020. 11. 0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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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이효성 자문위원장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주필
동아시아의 문화가 과거에는 중국의 것이 그리고, 일본이 근대화한 후에는, 일본의 것이 주로 세계에 알려졌다. 그리하여 한동안 동아시아 문화는 중국과 일본의 것으로 대표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중국과 일본의 문화와는 확연히 다르면서도 그들 문화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세련되고 깊이 있는 한국의 문화가 세계적인 이목을 끌고 있다.

한국의 팝, 드라마, 영화, 웹툰, 온라인 게임 등은 이미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한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글, 복식, 음식을 포함하여 한국의 전통 문화와 그 현대적 변용도 세계인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한글은 이미 외국의 석학들이 세계 최고의 소리 문자로 인정했다. 그 외 문화의 각광에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 한국인들은 고래로부터 가무의 민족임은 잘 알려져 있다. 서진(西晉)의 진수(陳壽·233~297)가 편찬한 삼국지(三國志)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의 고구려 관련 부분에는 이런 기술(記述)이 있다. “그 백성들은 노래와 춤을 좋아한다. 나라 안의 촌락마다 으슥한 밤이면 남녀가 무리지어 노래와 유희를 서로 이어간다.” 노래와 춤이 잘 어우러진 K-팝이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는 데에는 깊은 뿌리가 있다.

그런데 위의 동이전 내용이 시사하듯, 우리 민족은 과거에는 남녀차별이 없었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까지는 남녀의 사귐이나 여성의 재혼이 자유로웠다. 조선조에서 성리학이 건국 이념이 되면서 남녀에 차별이 생기기 시작했으나 조선조에서도 적어도 임진왜란 전까지는 상속에서 자녀의 성별에 따른 차별은 없었다. 우리 민족은 남녀 차별이 적었기에 여성이 문화에 많이 기여하여 우리 문화가 훨씬 더 깊이 있고 섬세하게 발전해올 수 있었다.

게다가 한국인들은 예부터 문화 발전에 불가결한 표현의 자유도 다른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더 많이 누렸다. 조선조에서는 임금의 면전에서 임금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간원이라는 직책이, 그리고 일반 백성도 임금에게 불만을 직보할 수 있는 신문고 제도가, 존재했다. 성균관 유생들은 공부만 한 것이 아니라 국비 장학생들임에도 임금의 언행을 비판하는 상소를 올리고 집단 시위를 하곤 했다. 백성들에게 오락을 제공하는 남사당과 같은 놀이패의 공연에서는 지배계층에 대한 조롱도 관용되었다.

이러한 전통은 일제의 식민지 시절에는 의병활동, 한글운동, 독립운동, 학생운동으로 이어졌고, 해방 후에도 가혹한 군사 독재 권력에 대한 굴하지 않는 비판과 저항으로 이어져 민주화를 쟁취했다. 소비자들은 대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거침없이 전달하여 그 품질 향상에 기여했다. 게다가 한글 전용으로 모두가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 오늘날 한국이 ‘언론자유 지수’에서 42위(대만 43위, 일본 66위, 중국 177위, 북한 180위)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고 미국(45위)보다도 더 높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한국은 통일신라,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 오랜 통일정권의 존속으로 문화와 예술이 단절 없이 깊이 있고 세련된 형태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 덕택에 한국은 음악과 춤, 음식과 복식 및 그 밖의 영역에서 중국이나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의 그 어느 나라보다 다양하고 세련된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달성한 지금은 그러한 다양하고 세련된 전통 문화의 기반 위에서, 분출하는 에너지와 높은 표현의 자유로, 한류라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낼 수 있는 것이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는 문화에 친화적인 역사와 풍토 속에서 서서히 발전되는 것이다. 한국은 그런 문화 친화적인 역사와 풍토를 이어왔기에 다양하고 세련되고 깊이 있는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한국 정부는 문화를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폈다. 이런 역사와 정책이 어우러져 오늘의 한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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