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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중국의 역사 왜곡

[이효성 칼럼] 중국의 역사 왜곡

기사승인 2021. 03. 2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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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이효성 자문위원장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주필
이상적으로 말하면, 이웃나라들은 선린으로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협조한다면 서로에게 크게 유익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많은 이웃나라들이 별로 사이가 좋지 않다. 그래서 예부터 나라들은 대체로 먼 나라와 가깝게 지내면서 이웃나라를 경계하거나 적대하는 외교 전략을 구사해 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주요 이웃나라인 중국 및 일본과 한동안 선린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근래에 선린관계의 유지에 의구심을 품게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들이 우리와 관련된 역사를 왜곡하고 잘못된 역사를 후손들에게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왜곡에 있어서 일본은 주로 ‘긴 것을 아니다’라고 하는 반면에 중국은 주로 ‘아닌 것을 기다’고 한다. 예컨대 중공이 지원병으로 북한의 남침을 도운 한국전쟁이라는 침략전쟁을 숭고한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으로 미화한다. 이런 역사 왜곡이 단편적인 사안의 왜곡을 넘어 중국의 역사나 문화가 아닌 것을 중국의 역사나 문화라고 말하는 데로 확대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역사 왜곡보다 질적으로 더 사악하다. 왜냐하면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것은 일종의 강탈 행위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요하공정과 동북공정이라는 동아시아 역사 왜곡 작업을 통해 유물들(옥기·빗살무늬 토기·비파형 동검·돌무덤 등)로 보아 오랑캐로 폄하하던 동이족의 문명임이 분명한 요하(遼河) 또는 홍산(紅山) 문명을 중국 문명의 하나라고,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중국 지방 정부의 역사라고 왜곡한다. 이런 왜곡에 의해 수나라의 고구려 침략은 내전으로 둔갑한다. 게다가 이제는 한복과 한식, 온돌, 전통예술, 심지어는 한국인조차도 중국 소수 민족에 속하는 것이고 따라서 중국 것이라고 우기는 문화공정까지 한다. 어불성설에 견강부회다. 미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이런 중국의 행태를 한국의 문화적 아이콘들을 훔치려는 ‘문화적 제국주의’라고 불렀다.

중국의 그런 논법이라면 한국에는 오래전부터 상당수의 중국인들이 소수 민족으로 살고 있고 따라서 그들의 의식주를 포함하여 중국 문화도, 그리고 중국인도 한국 소수 민족에 속하는 것이고 따라서 한국 것이다. 미국에는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민족들이 다 소수 민족으로 살고 있다. 따라서 중국인을 포함하여 세계의 모든 민족의 문화는 미국 소수 민족의 문화이고 따라서 미국의 문화가 된다. 사실 많은 나라에는 중국인들이 소수 민족으로 차이나타운을 형성해 살고 있다. 따라서 그들 나라들은 중국 문화를 자기 문화라고 주장할 수 있다. 이것이 중국식 논리의 자가당착적 귀결이다.

‘한족(漢族)’이라면 몰라도 있지도 않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외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야망에 부응하려는 자들은 만물은 중국에서 기원했다고 말한다. 예컨대 김치가 ‘파오차이(泡菜)’와는 전혀 다른 음식인데도 거기서 유래했기에 중국 것이라는 식이다. 게다가 서구 문명은 중국 문명의 위대함을 감추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고 말하는 자도 있다. 여기에 중국의 통계조작이나 무수한 짝퉁을 더하면, 프랑스 언론인 기 소르망의 저서 《중국이라는 거짓말》에서의 ‘중국의 모든 것이 가짜’라는 주장이 과장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중국은 역사가 길고 나라가 커서 다양한 사상과 화려한 장식품, 정교한 공예품, 온갖 금은보화가 많다. 그러나 중국은 빈번한 외침과 잦은 이민족 지배, 짧은 왕조, 공산당의 끊임없는 사상·관습·전통과의 투쟁 등의 탓으로 ‘유구하고 찬란한 문화’라는 말이 무색하게 자기 고유의 전통 문화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게다가 문화대혁명기의 철저한 문화유산의 파괴로 옛것의 복구도, 표현 자유의 극심한 통제로 새것의 창조도 쉽지 않다.

‘구우일모(九牛一毛)에 불과하다’는 우리 문화를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대국에 어울리지 않는 좀스런 태도다. 중국이 선린이기를 바라는 우리로서는 안타깝고 황당한 일이다. 중공의 역사·문화 공정에 우리 정부와 학계, 언론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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