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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한국과 러시아 : 서로에게 절실한 파트너

[이효성 칼럼] 한국과 러시아 : 서로에게 절실한 파트너

기사승인 2021. 07. 1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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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이효성 자문위원장
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주필
러시아는 그 영토의 크기가 한반도의 77배로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다. 영토의 대부분이 중위도 또는 고위도의 한랭한 지역이고 부동항이 없다는 약점이 있지만, 아직도 다 개발되지 못한 광대한 지역을 가진 나라다. 게다가 수많은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지만, 거의 모든 이웃나라와 국경 분쟁이 있는 중국과는 달리, 우크라이나 외에는 국경 분쟁도 거의 없다. 강제로 통합했던 나라들이 소련이 망하면서 전부 독립을 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인구는 2021년 현재 약 1억4600만명으로 영토의 크기에 비하면 매우 적은 인구다. 그나마 인구의 대부분은 러시아 전 영토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서쪽 끝의 유럽 지역에 주로 살고 있다. 우랄 산맥 동쪽의 아시아 지역에는 인구밀도가 극히 낮다. 이 동쪽 지역, 특히 산림, 지하자원, 수산물 등의 자원이 풍부한 극동 지역의 개발은 러시아의 숙원사업이었으나 자본, 기술, 노동력 부족으로 아직까지 제대로 개발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극동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나라들 가운데에서 경제적 파트너를 구해야 한다. 그런 경제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나라는 한국, 일본, 중국이다. 그런데 중국은 청나라 때부터 러시아와 국경분쟁이 잦았고 공산주의 시절에는 이념논쟁을 벌였으며, 지금은 겉으로는 미국의 패권에 맞서 러시아와 협력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군사 기밀 해킹과 중국인 대량 이주 문제 등으로 러시아가 가장 경계하는 나라다. 일본은 러일전쟁에서 적국으로 싸웠고 지금도 쿠릴 열도로 영토 분쟁 중이어서 러시아가 가장 큰 반감을 가진 나라다.

따라서 러시아가 극동개발의 파트너로 흔쾌하게 선택할 수 있는 나라는 단연 한국이다. 한국은 자본과 기술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악연은 사소하고 좋은 인연은 다대하다. 조선은 청나라의 요청으로 흑룡강 부근에서 러시아군을 무찌른 일과 소련은 북한의 남침을 도와 북한 지역에서 한국군과 유엔군에게 공습을 행한 일 정도가 우리와 러시아의 악연인데 직접적인 부딪침은 아니었다.

오히려 구한말부터 러시아는 조선인의 연해주 이주를 허용했고, 고종에게 아관파천으로 일제의 위협을 모면할 피신처를 제공했다. 또 한국은 북방외교의 일환으로 구소련에 과감하게 30억불 차관을 제공했고, 그 변제의 방법으로 구소련의 채무를 승계한 러시아는 ‘불곰사업’으로 우리의 국방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 러시아가 1997년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을 때 우리 기업들이 철수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신의를 지켰다. 오늘날 러시아는 북극항로 개척에 필요한 쇄빙선과 LNG선을 모두 한국에 주문하고, 러시아인들은 자동차·가전을 비롯하여 한국 제품들을 압도적으로 선호한다. ‘해외홍보문화연구원’의 <국가이미지조사>(2020)에 의하면, 15개 피조사국 가운데 러시아인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89.8로 가장 높다.

실제로 러시아가 가장 원하는 극동 개발의 파트너도 한국이다. 러시아는 사할린의 가스전을 이용한 수소 생산시설의 구축을 포함한 여러 투자 제안을 한국에게 한 바 있다. 심지어 수린(Bladimir Surin)이라는 러시아의 전략가는 아예 시베리아에 한국과 러시아의 ‘공생국가’를 만들자는 참신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한국과의 경제 협력으로 두 나라의 관계가 강화되면 한국은 그 지정학으로 인해 러시아의 안보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안보라는 측면에서도 한국은 미국에게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게도 매우 긴요한 나라다.

극동 개발 참여는 한국에게도 유리한 점이 많다. 한국이 유라시아의 육상 물류의 거점이 될 수 있고 여러 자원 부족을 해소할 수 있다. 미러 관계가 풀리고 북한이 협조하는 경우, 남한의 철도를 북한을 경유하여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연결하면 한국 상품의 유럽 물류비를 대폭 낮출 수 있고, 남한까지 시베리아 가스관을 연결하면 우리 가스 연료비를 대폭 낮출 수 있다. 이런 경제적 협력이 이루어지면 러시아는 한반도의 통일과 안보에도 유리한 존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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