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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한국 영상물의 제작, 배포 및 수익의 문제

[이효성 칼럼] 한국 영상물의 제작, 배포 및 수익의 문제

기사승인 2022. 09. 0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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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한국의 영상물들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이면에는 한국의 제작자와 미국의 거대 OTT(인터넷 기반의 콘텐츠 제공 서비스) 사업자 '넷플릭스'와의 협업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사업을 위해 새로운 영상물이 계속 필요한 넷플릭스는 한국의 제작사들에 과감하게 투자했고, 그 제작사들은 그 덕에 우수한 작품을 만들어 190개국의 넷플릭스 망을 이용해 전 세계의 수용자들에게 배포할 수 있었다. 한국은 가성비 좋은 작품을 제공하고, 넷플릭스는 제작비와 세계적인 배포망을 제공한 것이다. 이 협업은 윈윈 게임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이 협업은 한국 서사 영상물의 제작과 배포 사업의 발전, 더 많은 수익의 창출, 그리고 그 적정한 배분을 위해 몇 가지 천착할 점을 제공한다.

첫째, 영화나 드라마의 투자자는 내용에는 간섭하지 말고 제작자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제작 기획안이 자체의 관리체계를 통과하면 흔히 '플러스 알파'로 불리는 10% 정도의 수익을 포함하여 제작비 전부를 지원하면서도 내용 간섭은 일절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의 방송사나 투자자는 충분한 제작비도 지원하지 않으면서 상당한 간섭을 해서 작품을 오히려 해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중국은 당국의 검열로, 일본은 투자자들로 구성된 제작위원회의 간섭으로 작품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우리의 방송사는 외주 제작의 경우 PPL(영상물 내 상품 노출)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제작비를 충분히 지원하지도 않으면서 방영권만이 아니라 저작권까지 요구한다. 저작권까지 요구하려면 실제 제작비에 10% 정도의 '플러스 알파'를 포함하여 제작비라도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방송사는 1차 방송권만 갖고 저작권은 제작사에 주어 다른 창구나 파생상품으로 발생하는 수익이라도 챙길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제작사가 자본을 축적하여 PPL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더 좋은 작품을 생산할 수 있다.

셋째, 우리의 제작사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너무나 영세하다. 그래서 외부의 재정적 지원이 없으면 제작을 할 수 없고 따라서 좋은 작품이나 아이디어가 사장되거나 《오징어 게임》처럼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또 외부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면 저작권을 모두 넘기는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2차 저작권이나 파생 상품의 수익을 전혀 챙기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의 제작사들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제작한 '에이스토리'처럼 자체의 자본으로 제작하거나 내용에 간섭하지 않는 투자를 받아야 한다.

넷째, 제작사가 방송권 이외의 저작권을 가져야 창구효과가 더 적극적으로 발휘되고 파생상품이 더 많이 나오게 되어 한 작품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도 더 커지게 된다. 대형 OTT 사업자나 방송사가 저작권을 가지면 창구효과나 파생상품에 별 신경을 쓰지 않지만, 제작사가 저작권을 가지면 그런 활용에 훨씬 더 적극적이게 된다. 같은 세계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가 저작권을 가진 《오징어 게임》과는 달리 제작사가 저작권을 가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경우는 종영도 되기 전에 웹툰, 뮤지컬 등의 파생상품이 기획되었다.

우리 영상 산업의 제작 능력과 작품의 수준으로 볼 때 우리도 우리 자신의 대형 OTT를 가질만한 시점이 되었다. 산업에서 수익의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존재는 유통업자인데 이는 영상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반드시 대형 OTT 사업자를 우리가 가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만한 자본력과 세계적인 망을 구축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경우처럼, 제작사는 저작권을 갖고 방송사나 OTT에는 방영권만을 주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작사는 제작으로 번 돈을 재투자 재원으로 축적하여 자본력을 키우는 한편 제작에는 간섭하지 않는 선의의 투자자들을 확보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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