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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한중일의 유교 문화

[이효성 칼럼] 한중일의 유교 문화

기사승인 2022. 12. 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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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유교(儒敎, Confucianism)의 내용과 실체 그리고 그 이데올로기화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다. 그런데도 서양인들은 흔히 동아시아 3국을 유교 문화권이라고 통칭하여 다 같은 유교 문화를 가진 것으로 본다. 이는 매우 잘못된 인식이다. 유교의 본질에 관한 논란은 차치하고, 동아시아 3국이 다 같은 유교 문화를 가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살펴보자.

유교는 중국 전국시대 제자백가의 한 학파인 유가(儒家)로 등장하여 묵가, 법가, 도가 등으로부터 비판과 조소를 받았고, 법가 사상이 지배한 진 나라에서는 탄압을 받았다. 그 후 한 무제 때 유교가 한 왕조의 권위를 정당화하는 통치 이념으로 채택된 이래 몇몇 왕조의 관료와 그 지망자들에게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필수 교양이었으나 민간과 왕실에서는 유교보다는 도교와 불교가 더 성했다. 유교가 중국 민중에는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게다가 1949년 중국이 공산당의 지배하에 들어가면서 공산주의 사상에 배치된다는 이유로 공산당은 유교를 비롯 전통사상을 배격하고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투쟁을 벌여왔다. 특히 문화대혁명은 유교와 공자상을 포함한 그 잔존 문화를 완전히 파괴했다. 중국의 언어와 문화 교육을 내세운 '공자학원'은 이름만 '공자'를 붙였을 뿐 공자 사상과는 무관하며 실제로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선전과 중국 유학생 및 교민 단속 활동에 이용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일본은 오랫동안 문화적으로 뒤처졌고 신도(神道)라는 민족 신앙이 지배하는 나라다. 일본은 근대 이전 700년 동안 유교의 가르침인 문(文)의 지배에 반하는 무(武)가 지배하는 나라였다. 그래서 하늘과 조상을 숭상하는 정통 유교와는 달리, 사무라이는 하치만(八幡樣)이라는 전쟁신을 신봉했고, 백성들은 무엇이든 신이 될 수 있는 다신 문화를 형성했다. 임진왜란 후 조선의 성리학을 배워 에도 막부의 관학으로 삼기도 하고 무사도의 명분으로도 이용했으나 일본 민중은 유교를 생활 철학으로 배우거나 받아들인 적이 없다.

유교 문화는 삼강오륜과 같은 인륜을 중시하는 데 반하여 일본 문화는 자기가 속한 집단의 규범을 중시한다. 더구나 탈아입구(脫亞入毆)를 기치로 메이지 유신을 일으켜 제국이 된 일본은 동양적 사고와 가치를 버렸다. 이에는 유교적 사고방식이 일본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계몽주의자 후쿠자와 유키치의 영향도 컸다. 일본은 동아시아에 있지만 유교 문화의 나라는 아니다. 그 탓에 일제는 유교에 반하는 야만적인 침략과 살육을 자행하다 망했다.

한국은 삼국시대부터 종교로서는 불교를 수용했으나, 소양을 위한 학문으로는 유교를 받아들여 사대부들 자녀 교육의 기본 과목으로 삼았다. 고려 말에는 성리학이 도입되어 많은 유학자들을 배출하기도 하였다. 조선조에서 성리학은 아예 건국과 지배의 이념이 되어 숭유억불 정책이 시행되었다. 조선의 마을마다 초등 교육 기관으로서 서당이 한문과 공맹의 도를 가르쳤고, 큰 고을에는 유학 고등 교육 기관인 서원이 존재했다.

조선에서 유교는, 특히 성리학은 사림(士林)들에 의해 매우 교조적으로 신봉되었고 그 탓에 문약(文弱)을 초래했다. 조선만큼 유교의 가르침을 철저하게 받아들이고 생활화한 나라는 없다. 그래서 유교적 가치와 문화가 한국인들에게 뿌리 깊이 영향을 미쳤다. 유교는 한국인들에게 문(文)을 숭상하고 충효(忠孝) 사상과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도리를 중시하는 가치관을 갖도록 하였다. 그래서 구한말 많은 외국인들이 여행기에서 한국인의 '훌륭한 본성'을 칭찬했고, 한국인들은 대체로 겸손하고 표리가 같다.

동아시아 전체가 다 유교 문화권은 아니다. 중국은 유교의 발상지이나 근대에는 그것을 비판하고 극복하려 하였으며 공산당은 유교 문화를 철저히 파괴해 버렸다. 일본은 애초부터 유교 문화에 반하는 사무라이 문화와 신도라는 다신의 민족 종교 속에서 살아왔다. 동양 3국에서 유교를 종교로까지 발전시켜 유교 문화를 수용하고 생활화하여 보존해 온 나라는 한국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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