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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우리 정치권이 할 일

[이효성 칼럼] 우리 정치권이 할 일

기사승인 2023. 01. 0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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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2023년의 원단이 밝았다. 새해 원단에는 새로운 희망을 품기 마련이다. 희망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더 요구된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 특수를 누리고 있는 방위산업을 제외하고는 우리의 현실이 매우 암울한 데다 앞으로 상당 기간 그런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강한 희망으로 무장한 채 정신 바짝 차리고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

한국은 산업을 고도화한 지난 30여 년간 부단히 분투하기도 했지만 운도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수출 주도 성장 전략으로 산업화에 성공하고 더욱더 큰 시장이 필요한 시점에서 탈냉전과 함께 세계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세계화는 미국에 의해 국제적 가치 체인(global value chain)이라는 이름의 국가 간 분업 체계로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하여 전 지구적으로 확대되었다. 한국은 세계화의 최고 수혜자 가운데 하나였다. 우리 산업의 고도화에 따른 양질의 제품들이 이 확대된 국제 분업 체계에 편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은 2021년 유엔에 의해 정식으로 선진국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경제력이 커진 중국이 미국의 세계 패권에 도전한 데다 에너지 자원으로 부유해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을 위시하여 서방 세계는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한 서방만의 별도의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탈세계화의 시대를 예고한 것으로 우리가 거대한 시장을 가진 중국이나 러시아와 이전 같은 경제 협력을 이어가기 어렵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중국이나 러시아와 경제적 디커플링을 하게 되는 만큼 다른 곳에서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을 찾거나 만들어내야 한다.

이와 함께 우리는 우리의 첨단 산업들을 더욱 고도화하고 전략화해야 한다. 지금 세계는 고부가가치의 첨단 산업을 전략화하여 그 육성을 위해 국가가 여러 방식으로 지원한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다. 미국, EU, 중국, 일본 등 거의 주요 선진국들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또는 반도체 제조업체의 자국 내 유치를 위해, 재정적 지원, 세금 감면, 법적 보호 등과 같은 각종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때에 우리 정치권은 아직도 한가하게 정파적 이익으로 다투고 있다.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우리 정치권도 반도체를 비롯하여 인공지능, 로봇 등 첨단산업 육성과 같은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고민하고 협력해야 한다.

우리가 이러한 난관들을 돌파하려면 우리 모두 다 잘해야 하지만, 특히 국가 정책의 결정권을 가진 국가 지도자와 정치권이 잘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국가 지도자들, 정당들, 정치인들은 정파적 이익이나 자기 자신들의 앞날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이익과 앞날을 위해 나서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 지도자들과 정치권은 국가와 민족의 이익이라는 대의에 충실했던 모습은 별로 보여주지 못했다. 정파적 이익이라는 소의에 매몰된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는 정치권이 선도하지 못했어도 우리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국민의 세계 최고 교육열과 잘살아 보려는 의지, 그것을 실현시키려는 끈질긴 노력, 불의를 용납하지 않는 비판 정신 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국민들의 높은 교육 수준과 부정부패에 대한 비판 정신이 주효한 덕택에 우리는 산업화와 함께 민주화도 달성했고, 우리 정치권이 국가 발전에 해가 될 정도로 부패하는 것을 막았다.

이제 우리 정치권도 성숙한 모습으로 새롭게 맞이하는 험한 환경에 맞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지도력을 발휘할 때가 되었다. 우리 정치권이 이제 사익을 추구하는 구태를 버리고 대의를 위해서 여야와 그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몇 년 전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는 말이 곧 '눈 떠보니 후진국'이란 말로 바뀔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제 우리 정치권이 솔선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새로운 난국을 타개하고 한국의 선진화는 내실을 다지고 반석 위에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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