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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미·중 관계의 악화와 그 파장

[이효성 칼럼] 미·중 관계의 악화와 그 파장

기사승인 2023. 02. 1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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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미국의 중국 견제 여파로 중국이 점점 몰리고 있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을 시작하면서 중국은 대결이 아닌 상생을 요구하며 대미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전랑외교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미·중 외무장관 모임이 성사되었다. 그런데 그 직전인 2월 2일에 중국의 대형 무인비행선이 사전 동의 없이 미국의 영공에 나타난 것이 포착되었다. 미국은 이 비행선을 정찰용으로 의심하여 주권침해라며 그것이 대서양으로 빠져나가자마자 미사일로 격추했다. 그러자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그 비행선이 민간의 기상 관측용으로 통제력을 잃고 편서풍에 의해 미국 쪽으로 표류한 것이라며 그런 민간 기구를 격추한 것은 국제관례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지금까지 이 기구가 미국과 캐나다의 민감한 군사 현장을 비행했고, 일반적 기상관측 장치와는 관련 없는 정찰정보용 다중안테나가 탑재됐고, 중국의 군사회사에서 제작된 것이고, 중국이 5개 대륙 40개국 이상에 고고도 정찰 풍선을 보냈으며, 무엇보다 중국이 군사 목적으로 고고도 풍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고, 중국군 연구소는 한 논문에서 "풍선의 유용한 군사적 응용 중의 하나가 적의 대공방어를 테스트하는 것으로 특정 임무에 추가로 개발되고 배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들이 밝혀졌다. 이 점들만으로도 이 기구가 군사 목적의 정찰용으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으로 미·중 외무장관 회담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풍선을 격추한 후 미 국방장관은 중국의 국방장관에게 보안 통화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절실한 중국이 이 회담에 공을 들여왔음에도 하필 양국 외무장관 회담을 목전에 앞두고 이런 일을 벌였는지, 중국 외교부는 사전에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중국 군부는 강경반응을 보였는지는 불가사의하다. 그래서 미·중의 관계개선을 바라지 않는 중국 군부가 저지른 일이며, 이는 시진핑이 군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진실이 무엇이든, 이 풍선 사건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라던 중국의 자충수가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대중 강경책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정찰풍선을 격추한 것과 관련된 의회 연설에서 중국을 향해 미국을 위협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또 중국의 정찰풍선 제작과 관련된 회사들을 제재하겠다고 했다. 중국 또한 자국에 나타난 미국풍선을 격추하겠다고 맞받았다. 중국의 무인비행선 사건은 미·중 관계를 파국 수준으로 악화시키고 서방세계가 중국을 더욱 경계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앞으로 중국은 미국의 더 강경한 견제를 받고 국제적으로 더 고립되어 갈 것이다. 일례로 이미 중국의 남중국해 영해화에 반발해 온 아세안국가들은 노골적인 친미·반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중국은 러시아, 북한, 이란과 더욱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풍선사건 직후 이란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과 회담하고 미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 그 한 예다. 이에 따라 초조한 중국이 대만 침공을 감행할지도 모른다는 서방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예로 미국 공군 기동사령부의 책임자 마이클 미니헌 장군은 장병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2025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월가는 중국과 대만의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주식의 장기보유로 유명한 워런 버핏도 매입한 지 4개월에 불과한 TSMC의 주식을 대부분 매도했다.

갈수록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가는 중국이 북한과 더 밀착하고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북한 핵에 대한 중국의 책임론이 대두하고 있다. 만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을 도발케 하여 미국의 전력을 분산시키려 할 수도 있다. 경계하고 대비해야 할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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