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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 펀치] 사자성어 전성시대

[아투 유머 펀치] 사자성어 전성시대

기사승인 2020. 09.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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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유식한 사람이 길을 가다가 말을 몰고 밭을 가는 농부를 불만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쟁기를 힘껏 당기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말에게 자꾸만 채찍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남의 일이지만 너무한다 싶어서 한마디 거들었다. “여보시오! 아무리 말 못 하는 짐승이지만 너무한 거 아니요. 이거야말로 ‘시벌로마’로군.” 시벌로마(施罰勞馬)는 ‘일하는 말에게 벌을 준다’는 뜻이다.

박학다식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두 고수(高手)가 사자성어(四字成語) 시합이 붙었다. 고금의 사자성어를 밤새워 주고받았지만 승부를 가릴 수가 없었는데 ‘심조불산 호보연자’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한쪽의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건 ‘산불조심 자연보호’를 거꾸로 읽은 말이었다. 그러자 상대방 고수도 역공을 취했다. ‘현월신목 대월동화’의 뜻을 물은 것이다.

그것은 ‘현대백화점은 월요일이 휴일이고 신세계백화점은 목요일이 휴일, 그리고 대구백화점은 월요일 쉬고 동아백화점은 화요일에 쉰다’는 의미였다. 이 정도 경지이면 사자성어에 관한한 최고봉에 이른 것이다. 작금의 한국 사회가 사자성어의 춘추전국시대를 이루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흥행 1위의 사자성어는 ‘내로남불’이다. 궤변이 난무하고 철면(鐵面)이 횡행하는 시대상의 적나라한 반영이다.

‘조로남불’도 여기서 파생된 말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는 책 속에 잠자는 고상한 말일 뿐이다. 앞뒤 가릴 것도 없이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아시여비(我是汝非)의 천박한 풍토를 웅변한다. 야당은 정권의 독주를 겨냥해 ‘문주주의(文主主義)’라는 정치적 신조어까지 내놓았다. 다주택 논란에 휩싸였던 전직 대통령의 아들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호부견자(虎父犬子)라는 세간의 악평과 직면했다.

군 복무 특혜 시비가 불거진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을 비호하기 위해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란 안중근 의사의 좌우명까지 동원하자, 그렇다면 훈장수여라도 하라는 비아냥이 나온 판국이다. 실패 연속의 복잡다단한 부동산 정책을 두고는 설상가상(雪上加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란 고전적 비평이 뒤따른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벌로마’의 사회가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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