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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 펀치] 군 복무 유감

[아투 유머 펀치] 군 복무 유감

기사승인 2020. 10. 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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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신병훈련소 실화다. 내무반장이 점호를 하다가 이발을 해본 사람 있으면 나오라고 했다. 아무도 없자, 친척이 이발사인 사람 손 들라고 했다. 그래도 나서는 사람이 없자, 이발소가 있는 동네에 살았던 사람 나오라고 했다. 군대 이발병은 그렇게 뽑히기도 했다. 이번에는 일선 부대 중대장이 피아노 전공자를 찾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명문대 출신 병사를 선별했다. 그리고 사단장 숙소의 피아노를 옮기라고 했다.

필자의 경험담이다. 군용 트럭에 실린 몸과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30년 전에 분명히 군 복무를 마쳤는데 또 입영이라니... 옆자리에 앉은 중년 신사에게 물으니 자기도 그렇다고 했다. 강릉과 속초 해안을 지난 트럭은 고성 전방부대로 치닫는다. 막무가내다. 도망치려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고함을 치려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내가 왜 또 군대에 가야 하나...?

나이 환갑이 가깝도록 이따금씩 이런 꿈을 꿨다. 새벽녘에 잠이 깨면 온몸이 식은 땀에 젖어 있었다. 3년에 가까웠던 군 복무가 이토록 끈질긴 트라우마였던가. 하긴 얼차려와 구타가 일상이던 시절이었다. 분단의 최일선에서 마주하는 총기 사고와 탈영, 그리고 생때같은 주검. 논산훈련소 입대 동기였던 작가 하창수는 전역 후에 소설가가 됐다. 평범한 경영학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은 것이다.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군 복무란 이토록 강렬한 경험이다. 지나고 보면 추억이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 ‘악몽’인 게 사실이다. 그래서 군 복무 중인 병사들의 휴가란 참으로 금쪽같은 시공간(時空間)이다. 휴가를 나오고 귀대를 하는 것은 자유와 구속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거운 발걸음일 수밖에 없다. 군 복무를 마친 사람들과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이 병역의 불공정과 불공평을 용서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검찰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 휴가 연장 논란과 관련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란 것이냐’라는 강한 반문이 나왔다. 군 입대를 앞둔 청년이 많은 대학가에서는 검찰개혁 진정성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군 휴가 논란이 ‘가짜뉴스’가 아닌 ‘거짓말 프레임’이라면 그 악몽은 또 누구의 몫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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