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아투 유머펀치] 도둑의 항변

[아투 유머펀치] 도둑의 항변

기사승인 2021. 03. 14. 21:09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어느 시골 동네에서 살림 밑천인 소를 잃어버렸다. 수사망을 좁혀나가던 경찰이 고개 너머 신도시 부근에서 마침내 도둑을 붙잡았다. 그런데 절도죄를 추궁하는 경찰에 대한 소도둑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난 그냥 길바닥에 흘러있던 새끼줄을 들고 왔을 뿐이오.” 그래서 경찰이 “그 줄 끝에 뭐가 딸려왔는지 몰랐다는 말이냐”고 다그치자 “집마당에 다 들어와서 돌아 보니 소가 한 마리 서있더라”는 것이었다.

일선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신도시 부동산 투기 파문이 점입가경이다. 공직사회와 정치권으로 일파만파 확산되며 전국에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국민적 공분의 목소리에 대한 일부 투기꾼들의 대응 또한 그렇다. “어차피 한두 달 지나면 잊혀질 것이다.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겠어”라고 배짱을 내밀었다. “우리 회사의 혜택과 복지가 부러우면 이직하든지...”라고 속을 뒤집기도 했다.

‘니들은 짖어라 우리는 계속 투기하며 정년까지 편안하게 다니겠다’는 심산이다. “개발정보를 미리 알고서 투자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걸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도둑의 항변을 닮았다. 그러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배째라’는 투의 변명이 나왔을 것이다.

일각에선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서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라며 대대적인 수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소도둑이 쥐고 있던 고삐 차단에도 허둥대는 모습이다. 이른바 ‘셀프조사’ 결과를 본 국민들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심각한 민심 이반에 대통령까지 나서서 발본색원의 엄포를 놓고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전략을 들고 나왔다.

지금까지 드러난 투기 의혹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보는 국민이 많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겨놓고 이제 와서 고양이만 탓하는 꼴이라고 한다. 이미 정권 실세들의 ‘내로남불’‘적반하장’‘후안무치’ 바이러스에 감염된 증상이 뚜렷한 고양들이다. 새끼줄 도둑처럼 당당할 수밖에 없다. 가방끈이 짧고 어리숙한 도둑은 곡식을 훔쳐 먹지만 공부를 많이 한 영악한 도둑은 나라를 팔아먹는다고 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