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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부부상잔(夫婦相殘)

[아투 유머펀치] 부부상잔(夫婦相殘)

기사승인 2021. 10. 2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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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어떤 영감님이 유튜브에서 소개한 노화 측정법을 할머니에게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100m 떨어진 곳에서 불러서 대답이 없으면 조금 늙었고, 50m 거리에서 불러서 대답이 없으면 많이 늙었다고 했다. 그리고 10m 뒤에서 불렀는데 대답이 없으면 노화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문 밖 100m에서 소리쳤다. “여보~! 오늘 저녁 메뉴가 뭐야?” 할머니에게서 아무 대답이 없자 “하긴 그 정도는 늙은 게지”라고 위안을 했다. 그런데 50m 거리에서 똑같이 외쳤지만 역시 묵묵부답. 영감님은 상심했다. “아~ 내 마누라가 이 정도로 늙었단 말인가!” 마지막으로 10m 뒤에서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그래도 대답이 없자 영감님은 덜컥 겁이 났다. “이거 심각하구나. 어쩌면 좋단 말인가.” 그날따라 음식을 만드는 아내의 뒷모습이 애처로웠다. 영감님은 살며시 다가가 어깨를 감싸안으며 정답게 물었다. “여보~ 오늘 저녁 메뉴는 뭐야?” 아내의 대답이 드디어 들렸다. “이 영감이 귀찮게 왜 이래 정말. 수제비라고 몇 번을 말했어.” 남의 일이 아니다. 늙음은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입수한 ‘최근 5년간 노인학대 사건 현황’에 따르면 노인학대가 4년 전보다 60%나 늘어났다. 더 서글프게도 가해자 가운데 자녀가 가장 많았고 다음이 배우자였다. 동방예의지국도 이젠 옛말인가.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란 다하여라.’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송강 정철의 시조가 무색하다.

효(孝)는 만행(萬行)의 근본이다. 삼강오륜(三綱五倫)이 무너진 지 오래지만, 늙어서 내외간의 학대는 또 무엇인가. 하긴 황혼이혼을 당연시하는 세태가 아닌가. 노인 퀴즈대회에 출전한 노부부에게 ‘천생연분’이란 문제가 나왔는데, 할아버지가 순발력 있게 “우리 같은 사이를 네 자로 하면”이라고 물으니, 할머니가 ‘평생웬수’라고 대답한 실화는 차라리 낭만인가. 백년해로(百年偕老)의 언약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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