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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독두유감(禿頭遺憾)

[아투 유머펀치] 독두유감(禿頭遺憾)

기사승인 2022. 01. 0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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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객원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몇몇 젊은이들이 커피숍에 들어갔는데 한쪽 구석 테이블에 머리가 훌러덩 벗어진 대머리 청년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함께 앉아 있는 여성의 미모가 너무나 빼어나서 더 그랬다. 왠지 모를 질투심에 대머리 청년을 한번 놀려주고 싶은 장난기가 발동했다. “야! 누가 저 대머리 한번 때리고 오면 오늘 커피값 공짜다.” 순간 삼식이가 벌떡 일어나 대머리에게 다가가더니 정말로 이마를 찰싹 때렸다.

“야! 두식아, 오랜만이다.” “저 아닌데요.” “아! 죄송합니다. 착각했습니다.” 이런 대화 끝에 일단 작전은 성공했다. 신이 난 한 친구가 “한 번 더 때리고 오면 저녁까지 사겠다”고 했다. 잠시 고민하던 삼식이가 다시 일어나 대머리에게 다가가 이마를 철썩 때렸다. “얌마! 너 두식이 맞잖아? 고등학교 같은 반...” “지금 뭐하는 겁니까. 아니라고 했잖아요~.” “아이고 정말 죄송합니다. 똑같이 생겨서...”

이렇게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며 저녁 식사까지 하고 나오는데, 그 대머리 커플이 팔짱을 낀 채 걸어오고 있었다. 누군가 마지막 제안을 했다. “야! 한 번만 더 때리고 오면 오늘 저녁 술 풀코스로 쏜다” 그러자 삼식이가 주저 없이 대머리 커플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다짜고짜 머리를 힘껏 갈기며 외쳤다. “야! 두식아! 아까 커피숍에서 너하고 진짜 똑같은 생긴 녀석을 봤어. 정말 닮았더라!”

대머리가 무슨 죄인가. 서양인과 달리 동양인은 대머리에 대한 편견이 많다. 서양에서는 남성다움의 상징이기도 한 대머리가 동양에서는 노화(老化)의 기준이 된다. 탈모는 이제 나이 든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20%에 가까운 20대 남성이 탈모 예방에 10만원 이상의 비용을 쓴다는 업계의 조사 결과도 있다. 탈모는 유전성이 강하다. 하지만 지성(知性)의 결과이기도 하다. 사유(思惟)의 강도와 비례한다.

동서고금의 역사적 위인 중에는 대머리가 많았다. 오늘날에도 대머리인 유명인사는 얼마든지 많다. 이제는 대머리가 건강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더 이상 꺼릴 일도 없다. 정치인이 표를 의식해 미용 성격의 탈모 치료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자고 해서 논란이다. “대머리는 인격을 나타내는데, 왜 인격을 가리는 데 건보를 적용하는가?” 진정한 독두(禿頭) 명사(名士)의 일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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