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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의 절기(節氣) 에세이] 6월 21일 하지, 낮은 가장 길고 장마 시작

[이효성의 절기(節氣) 에세이] 6월 21일 하지, 낮은 가장 길고 장마 시작

기사승인 2020. 06. 19.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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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자문위원장, 전 방송통신위원장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하지일 가장 큰 축제일
벼는 물을 좋아해 모내기 후 하지 어간 장마는 하나의 축복
이효성의 절기 에세이
한여름에 이르렀다는 하지(夏至·summer solstice) 절기가 음력 5월 1일인 오는 6월 21일이다. 연중 낮이 가장 긴 날이다. 서울에서 해 뜨는 시각은 05시 11분 06초, 해 지는 시각은 오후 7시 56분 34초다. 낮이 밤보다 무려 5시간 30분 54초나 더 길다. 하지는 북반구에서 지구의 자전축이 태양을 향하고, 태양에 가장 가까워 낮이 가장 길고 밤이 가장 짧은 데다 태양이 가장 작열하는 때다. 하짓날 이후부터는 자전축이 태양에서 조금씩 멀어지며, 낮이 조끔씩 짧아지고 그만큼 밤이 길어져 추분일에 밤낮의 길이가 같아 진다.

북반구에서 하지는 해가 갈 수 있는 천구의 위도에서 최북단인 북위 23.5도(정확히는 23.45도)에 위치한 북회귀선(北回歸線)에 이른 때다. 이날 북반구에서 햇빛이 지상에 비치는 각도가 가장 높아 정남쪽 창을 통해 방안으로 햇빛이 가장 적게 들어 온다. 동지 때는 그 반대다. 이를 원용해 정남향의 집을 짓고 남쪽으로 창을 내면, 상대적으로 여름에는 햇빛이 얕게 들어 시원하고, 겨울에는 햇빛이 깊숙이 들어 따뜻하다. 이것이 여름은 매우 뜨겁고 겨울은 아주 추운 한반도에 살아야 했던 우리 조상들이 남향집과 남창을 선호한 까닭이기도 하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하지일 가장 큰 축제일

유럽인들에 의해 ‘한여름(Midsummer)’ 또는 ‘성 요한 축일(St John’s Day)’로도 불리는 이날 북극권에서는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고, 반대로 남극권에서는 수평선 위로 해가 나타나지 않는다. 북극선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해가 밤늦게 잠깐 사라졌다 이내 다시 나타나서 밤이 낮처럼 환한 백야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 무렵에야 따뜻한 날씨를 경험할 수 있는 북극선에 걸쳐 있거나 북극
선 가까이 있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러시아, 발트 3국 등과 같은 북유럽 국가는 하지일이 가장 큰 축제일의 하나다. 우리에게는 이글거리는 태양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북유럽인들에게는 따뜻한 태양이 오랜 시간 머무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절기 에세이 하지
1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지 어간인 18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매실나무에 누런 빛이 돌며 익기 시작한 매실이 싱그럽게 달려 있다. / 이효성 자문위원장
과거에 한반도에서는 장마철이 비교적 뚜렷했고 대체로 하지 무렵부터 시작됐다. 그래서 ‘하지 지나 열흘이면 구름장마다 비다’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일단 장마가 시작되면 약 한 달 간의 여름장마 기간이 비교적 뚜렷하게 존재했다. 장마 기간에는 한대성 고기압인 저온 다습한 오오츠크해 기단(氣團)이 지배하던 한반도에 열대성 고기압인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기단이 밀려와 이들이 서로 부딪히는 곳에서 장마전선이 형성됐다. 이 장마전선이 두 고기압 힘의 강약에 따라 한반도를 가로질러 동아시아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곳곳에 호우성(豪雨性) 주룩비를 뿌린다. 이 장마전선이 형성되는 하지 어간은 매실(梅實)이 익는 시기이기도 해서 중국과 일본에서는 장맛비를 ‘매우(梅雨)’, 장마전선을 ‘매우전선’으로 부른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후 온난화로 여름이 우기화하고 있어 딱히 장마기간을 말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벼는 물을 좋아해 모내기 후 하지 어간 장마는 하나의 축복

보온용 비닐 못자리가 나오기 전 보리를 베고 벼를 심는 남부지방의 이모작 지대에는 모내기가 오늘날보다 좀 늦어 ‘하지 전 삼일, 후 삼일’이라 해서 하지일 전후를 모내기의 적기로 여겼다. 벼는 물을 좋아하기에 모내기를 하고 벼 뿌리가 안정된 후인 하지 어간에 장마가 시작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의 축복이다. 하지만 이때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벼농사를 망칠 수 있기에 옛날에는 흔히 마을별로 기우제를 올려 비가 오기를 기원했다.

매실은 하지 어간에 누렇게 익은 것을 수확해야 한다. 풋매실의 과육에는 아믹달린이라는 독극물이 있어서다. 매실처럼 하지 어간에 익는 과일로는 자두, 살구, 버찌, 앵두, 오디 등이 있다. 감자는 하지 무렵에 수확하기에 하지감자라고 부른다. 토끼풀, 개망초, 덩굴장미는 그전부터 조금씩 꽃을 피우다가 망종과 하지 어간에 무더기로 피워낸다. 하지 전후부터 7월까지 피는 여름의 대표적인 나무꽃으로는 분홍이나 흰 수술이 술처럼 모여 나는 특이한 모양의 자귀나무 꽃을 들 수 있다. 빠르면 하지 전후부터 늦으면 소서 무렵에 무궁화, 능소화, 배롱나무의 꽃들이 9월까지 계속해서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한여름에는 어패류 먹기를 삼가지만 농어, 병어, 민어는 한여름이 제철이다. 옛날 반가(班家)에서는 복날 음식으로 민어탕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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