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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의 절기(節氣) 에세이] 7월 22일 대서(大暑), 무더위의 절정

[이효성의 절기(節氣) 에세이] 7월 22일 대서(大暑), 무더위의 절정

기사승인 2020. 07. 2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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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자문위원장, 전 방송통신위원장
'대서 더위에 염소 뿔이 녹는다' 불볕더위 맹위 떨쳐
매미, 한여름을 깨우고 귀뚜라미·여치는 '가을 손짓'
이효성의 절기 에세이
오늘은 절기상 큰 더위를 뜻하는 대서(大暑·major heat)가 시작되는 날이다. 낮이 가장 긴 하지로부터 한 달이 지난 시점이어서 그 동안 쌓여온 복사열로 연중 가장 무더운 때다. 황도상에서 대서는 연중 가장 춥다는 대한의 대척점에 있다. 한반도의 장마는 소서(小暑) 말이나 대서 초에 끝난다. 하지만 때때로 장마전선이 대서 어간까지 동서로 걸쳐 있다. 이때 큰비가 내리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한반도 아열대화에 따른 여름의 우기화(雨期化)로 그런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태풍으로 호우가 곧잘 쏟아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대서 무렵에 장마가 끝나면서 축적된 복사열과 뙤약볕에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까지 밀려와 이후 20여 일이 무더위가 가장 심한 기간이다. 최고의 휴가철이기도 하다. 이 기간 유명 휴가지에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키보이스’가 노래한 김희갑 작사·작곡의 ‘해변으로 가요’라는 팝송이 경쾌한 운율로 젊은이들을 바닷가로 유혹하는 때다. 우리 선조들도 이 무렵에 드는 유두절(流頭節·음력 6월 보름)에 세시풍속의 하나로 술과 음식을 마련해 계곡이나 산 속에 들어가 놀면서 더위를 피했다.

‘대서 더위에 염소 뿔이 녹는다’

이 시기는 삼복(三伏) 가운데에서도 가장 덥다는 중복(中伏)이 있는 때다. 이때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불볕더위, 찜통더위, 그리고 한자로 고열(苦熱), 혹서(酷暑), 폭염(暴炎) 등으로 일컫는다. 한반도의 여름 무더위는 고온다습해 땀이 줄줄 흐르고 피부를 끈적끈적하게 해 견디기 어려운 ‘고약한’ 더위다. 이 무렵의 더위가 워낙 맹위를 떨쳐 예부터 ‘대서 더위에 염소 뿔이 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밤에도 열기가 식지 않는 열대야(熱帶夜) 현상으로 방 안에서는 에어컨이나 선풍기 없이는 도저히 잠을 자기 어려워 밖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하지만 정상이나 절정에서부터 내리막이 시작되는 이치대로 가장 더운 대서부터 더위도 한풀 꺾이기 시작한다.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는 말처럼 모든 사물이나 현상은 극에 달하면 반전이 일어난다.

대서 절기 에세이
한여름의 절정인 대서를 하루 앞둔 21일 벼들이 자라 경기도 김포시 양촌리의 논들이 푸른 초원으로 변했다. / 이효성 자문위원장
이 무렵 오후에 뇌성벽력이 치고 소나기가 세차게 쏟아지곤 한다. 소나기가 내리는 동안은 잠시 더위가 가신다. 하지만 소나기가 그치면 태양이 작열하며 언제 그랬나 싶게 무더워진다. 장마가 그친 이즈음에는 작물들을 비롯한 식물들은 이글거리는 햇볕으로 왕성한 광합성을 해 무럭무럭 자란다. 소나기와 뙤약볕이 있어서 여름은 무성과 번창의 계절이 된다. 그 덕분에 참외와 수박 등의 여름 과채가 많이 난다. 장마가 끝난 뒤라 장맛비를 맞지 않아 당도가 높아 제철 과일을 즐기기에도 좋다. 채소도 튼튼하고 풍성하게 자라 호박전이나 부추전을 부쳐 먹고 오이소박이를 담가 먹는다. 대서 무렵부터 논이 많은 평야지대는 제때에 모내기를 해서 그동안 성큼 자란 벼들로 뒤덮여 시원스럽게 펼쳐지는 푸른 대초원으로 변한다.

매미, 한여름을 깨우고 귀뚜라미·여치 ‘가을손짓’

여름은, 특히 대서 무렵의 한여름은, 지글거리는 태양이 내뿜는 열기 속에서 짝을 찾는 매미들과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한여름의 적막을 깨뜨린다. 매미는 요란하게 운다. 매미는 흔히 2~5년, 심지어는 13년이나 17년인 생애 주기의 대부분을 땅속에서 약충(若蟲·nymph : 불완전 변태를 하는 곤충의 유충)으로 나무뿌리의 수액을 빨아 먹고 산다. 그러다 주로 7·8월 나무 위로 기어 나와 탈피해 성충이 된 후 약 1~3주밖에 살지 못한다. 이 기간에 수컷들은 종족유지를 위해 짝짓기를 해야 해 필사적으로 암컷을 부르는 큰 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서 수매미는 가슴 부위의 진동막과 울림통을 이용해 커다란 소리를 내도록 진화했다. 하지만 한가을까지 사는 귀뚜라미나 여치 무리의 풀벌레는 덜 조급해서 그런지, 날개를 비벼서 매우 가냘프고 처량한 마찰음밖에 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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